언론속의 국민

私學은 부패온상 아니다 - 김동훈(법학) 교수
私學은 부패온상 아니다



열린우리당이 주도적으로 준비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싸고 다시 치열한 논쟁이 일고 있다. 사립학교의 재단이 행사하는 권한을 대폭적으로 교사와 교수, 학부모에게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은 사립학교에서 재단의 전횡을 막고 학교의 민주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교육관련 시민단체 등의 오랫동안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사학재단 측은 개정시에는 학교를 반납할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보수언론은 이를 이념적 갈등의 문제로 몰아가는 듯한 인상이다. 그런데 현재 사립학교법의 개정방향에 관한 논의가 생산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첫째로 개정법률의 대상으로서 사립학교를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으로 구분해 논의해야 한다. 현재의 사립학교법에서 ‘학교’라 함은 유치원부터 초·중등학교 및 대학교는 물론 각종 특수학교를 막론하고 있다.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은 근본원리가 다른 것인데 이들을 다 망라하는 법에 어떠한 생산적인 규정을 담을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중등·고등교육 나눠 논의-


우선 초·중등교육은 의무교육 또는 의무교육으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으며 그에 따라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학교선택권이 인정되지 않는 체제이고 국가는 공·사립을 구분하지 않고 재정을 책임지고 있고, 또 국민기초교육이므로 교육과정의 편성 등에도 감독권을 행사하고 있다. 반면에 성인교육인 고등교육은 기본적으로 수익자부담의 원칙이 적용되며 압도적 부분을 차지하는 사립대학들에 대한 국가의 보조는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결국 중등교육에서는 재정지원 및 균등한 교육환경의 조성 등 국가의 책임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반면에 대학은 철저히 국가의 관리체제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이처럼 중등교육에서 국가책임의 강화와 고등교육에서의 국가관리 체제의 타파라는 상호충돌적 가치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에 따라 별개로 법을 제정해야 한다.


또 한가지는 사립학교를 부패의 온상쯤으로 여기는 부정적 시각에서 출발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사립학교는 그간 열악한 환경 아래서 사회적 자원을 동원하여 오늘날 이만한 규모의 교육 인프라를 구축한 공이 크다. 일부 사립학교의 부패상이 나타나는 근본 원인은 아이로니컬하게도 국가의 관리체제라고 할 수 있다. 즉 국가의 관리체제 아래서 발전 동인도 없지만 동시에 그 생존이 보장되기 때문에 교육적 비전을 갖고 노력할 자극도 없음으로써 현실에 안주, 이것이 부패로 이어지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사학, 특히 대학들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감독체제가 아니라 더 많은 자율권을 주고 시장의 경쟁에 노출시켜야 한다. 부패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감독의 강화가 아니라 시장의 햇빛을 쏘이는 것이다.


어차피 교육개방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고, 이제 국내적 교육 시스템의 독점적 위치는 위협받고 있다. 현재도 적지 않은 학생들이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은 물론 중등교육도 외면하고 외국의 더 나은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외화유출과 가족이산 등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감독 보다 자율권 확대를-


이런 체제 아래서는 우리 교육의 총체적 경쟁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며, 바로 사립학교가 그 선봉에 서야 하는 것이다. 사학이 고유한 건학이념을 갖고 특색있는 교육을 펼쳐 교육기관으로서 보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갖고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오늘도 교육부에서 날아온 실없는 공문 한 장을 받아들고 학교 전체가 전전긍긍하는 관료적 시스템으로는 영원히 교육후진국으로 머물 수밖에 없다.


〈김동훈 국민대 법대 학장〉







이전글 [시론]놀라운 10대무서운 10대 / 배규한(사회) 교수
다음글 국가과기혁신 성공조건 - 김현수(BIT전문대학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