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북한 지도층이 중국처럼 개혁을 못하는 이유 / 안드레이 란코프(교양과정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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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의 모습은 완전히 바뀌었다. 우선 배급제를 중심으로 한 국영경제가 무너졌다. 주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암시장을 형성했고 북한 당국도 이를 막지 않았다. 줄 게 없게 되면서 주민들에 대한 감시도 어느 정도는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변화는 하지만 평양 정부의 정책에 의해서 초래된 것이 아니다. 아래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북한 당국이 취한 일부 개혁정책은 사실상 사회 붕괴를 막기 위한 수세적 방편의 성격이 크다. 왜 북한 지도부는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시장화·자유화를 중심으로 하는 개혁을 도입하지 않았을까? 중국, 베트남 지도부는 북한만 원했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경험을 전달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스탈린도 되지 못했지만 덩샤오핑의 길도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남한의 몇몇 전문가들은 북한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실행하지 않은 것은 국제 환경 및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때문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들은 이런 국제환경만 개선한다면 북한도 중국처럼 시장개혁을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경제를 살리고 생활수준을 향상할 것이라고도 한다. 유감스럽지만 그런 희망은 잘못된 추론에 의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압력, 고립정책은 좋은 것이 아니지만 소위 ‘국제환경의 개선’이 북한에 개혁과 발전을 가져다 주지는 못할 것이다. 북한 집권층이 개혁을 시작하지 않은 이유는 세계 조류를 몰라서도 아니고 판단력 부족 때문도 아니다. 북한을 통치하는 사람들은 중국의 경제 성과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북한 집권층은 자신들과 중국의 차이를 잘 알고 있다. 바로 이웃에 경제적으로 잘 살고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남한, 즉 “또 하나의 코리아”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는 ‘대만이 있지 않으냐’고 하겠지만 대만은 작은 섬나라에 불과하다. 중국 본토의 주민들 입장에서는 대만이 아무리 잘 산다고 하더라도 ‘흡수’의 대상일 뿐이다. 북한은 그렇지 않다. 북한 정권이 중국식 개혁과 개방정책을 택하려면 나라의 문을 열어야 한다. 내부적으로도 주민들에 대한 감시를 줄일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여행증 없이는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없고 인터넷도 못 보고 이동통신 이용까지 막는 조건하에서는 아무리 작은 시장개혁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꼬를 조금이라도 튼다면 해외생활, 특히 남한 생활에 대한 정보가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북한으로 물밀듯이 흘러들어갈 것이다. 현재 북한의 사정을 고려하면 한 방울의 ‘남한 소식’은 잉크가 물 속에 퍼지듯이 급속하게 번질 것이고 폭발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북한이 발표한 통계를 기준으로 해도 남한의 소득은 북한보다 최소 30배 이상 높다. 하지만 실제 소득 격차는 100배가 넘을 것이다. 동독이 무너질 때 서독의 소득은 동독의 2~3배에 불과했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 사람들이 자신들과 비교할 때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잘 살고 있는지를 알고 나면 평양 정권을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할까? 동독에서는 겨우 2~3배의 차이가 동독 국민의 욕망을 제어하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향은 서울 정부의 정책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남한 정부가 아무리 급격한 통일은 피하려고 해도 남한이 있다는 것, 남한의 경제 성과 자체가 객관적으로 북한 체제를 파괴시키는 요소이다. 북한 집권계층이 개혁을 하지 않는 것은 자신들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생존술인 셈이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4/18/2007041800937.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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