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양치기’의 정계개편 / 목진휴(행정)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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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마무리되고 있다. 새해에 대한 기대가 세밑의 추운 아침 뭉클대며 피어오르는 굴뚝의 뜨거운 수증기와 같다. 모두가 새해에는 생활이 좀더 윤택해지고, 사업이 좀더 융성해지고, 사회가 좀더 밝고 힘차길 희망한다. 희망이 주는 기대는 현실의 어려움을 견디게 한다. -극단 치닫는 대통령과 여당-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그야말로 바닥을 치고 있다. 최근의 지지도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바닥을 치면 이제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했던 일말의 기대가 내내 현실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집권당과 대통령이 국정을 원만하고 충실하게 이끌어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1년여밖에 남겨 놓지 않은 정치권은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한 전략 구상에 몰입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의 승리는 정치권 모두에 생살여탈의 의미를 갖는다. 정치가 사회적 의지의 구현에 필수적인 협력적 행위라고 하지만 집권하지 못한 경우에는 주도자가 아닌 관전자의 신분에 불과해지기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온통 정계개편과 대통령 선거에 몰입하는 동안 국회는 산적한 법안들을 한 걸음도 옮기지 못하고 있다. 정책의 뒷받침이 없이는 공무원들은 아무런 일을 할 수 없다. 바람이 없는 바다의 돛단배와 같다. 정치권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명백해진다. 집권당과 대통령은 정계개편을 포함한 정국의 운영에 대해 심각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집권당의 의장과 대표는 대통령이 정계개편의 논의에서 비켜서길 요청하고 있다. 개혁세력의 대연합으로 현재의 구도를 극복하고 내년의 대선에 임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집권당의 당원으로서 분명한 역할을 하겠다는 대통령은 이러한 시각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최근 집권당의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강하게 묻어나는 것처럼, 대통령의 개혁세력 대통합은 지역정당으로의 회귀에 불과하며, 그러한 구도로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정계개편의 방향과 모습에 대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교환하고 있는 공격적 언행은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열차와 같다. 비켜갈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공멸이라는 파국을 예정하고 있다는 느낌도 준다. 집권당은, 특히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어떤 이익이 되는 정계개편인지 설명해야 한다. 집권으로부터 무엇을 이루어냈는지에 대한 반성도 해야 한다. 국정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한 술수로서 정계개편이 비쳐지는 것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조정·타협의 생산적 논쟁을- 정치에서의 갈등은 사회적 가치가 어떻게 배분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목적으로 정당화된다. 조정과 타협, 그리고 협상이 전제된 갈등만이 사회적 가치의 확인과 배분을 가능하게 한다. 정략적 이익이 목적이 되는 갈등은 생산적이지 못하다. 사회를 분열시키고 집단 간의 앙금을 남기는 갈등은 정당화될 수 없다. 정쟁이 아닌 정책을 위한 갈등만이 국민들에게 수용될 수 있다. 지금 정치권에서 야기되고 있는 정계개편을 둘러싼 갈등은 옳지 못하다. 정책의 선택과 운영을 위한 생산적인 갈등이 아니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이루어냈던 1백억달러 수출이 의미했던 바를 기억해야 한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을 모두가 갖지 않았던가. 그런 국민들이 3천억달러의 수출 달성에서 아무런 느낌을 얻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치권과 대통령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국민을 하나로 묶어 주지 못하고 분열과 갈등의 나락으로 몰아가는 얼치기 양치기가 오늘의 정치권이 아닌지 돌이켜 보아야 한다. 대통령 선거에서의 선택권은 국민들이 행사할 것이며, 정계개편이 아닌 국정운영의 성과가 그 선택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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