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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동차산업 이대론 안된다 / 유지수(경영학부) 교수

대한민국 경제에서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올해 3000억달러 수출에서 자동차산업이 14%를 차지했으며 이 중 37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 단일품목으로 6년 연속 수출 1위를 차지했으니 국가 경제적으로 이만한 효자산업이 없다. 그런데 국가경제의 기간산업인 자동차산업이 환율하락과 내수부진에 노사불안까지 겹쳐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은 400만대 생산 중 70%인 280만대를 수출하고 있다. 당연히 환율하락에 자동차메이커는 약할 수밖에 없다. 수출기업에 독약인 환율하락이 지난 3년간 무려 22.4%나 떨어졌다.

내수는 더 심각하다. 2002년을 정점으로 해 무려 30%나 자동차판매량이 줄어들었다. 4년 만에 47만대의 판매가 감소한 것이다. 웬만한 자동차 공장 2개가 완전 폐쇄될 정도로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반면 환율하락에 힘입어 수입차는 2006년 국내 자동차판매액 대비 13.6%로 증가했다. 수출은 줄고 수입차에 공략당하는 한국자동차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심각한 위기가 눈앞에 와도 이를 도외시 하는 노조가 안타깝다. 올해도 노사분규는 도를 더해 사상 최대의 손실을 기록했다. 파업 때문에 17만7000대를 제때에 생산하지 못해 2조67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빚어졌다. 파업은 완성차메이커는 물론이고 부품을 공급하는 부품기업에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혔다.

자동차는 기술개발이 중요하며 신기술이 살 길이라고 한다. 그러나 기술개발만으로 자동차산업이 부흥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기술혁신에 가장 기여를 많이 한 국가인 영국이 노사분규 때문에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기술혁신을 아무리 해도 노조의 협조 없이는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만일 이대로 환율하락,내수감소,노사관계 불안이 신년에도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의 자동차산업은 붕괴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지난 수년간 쌓은 공든 탑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처한 심각한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면 일본의 교훈을 본받아야 한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협의에 의해 현재 우리가 처한 급격한 환율의 하락에 고전했다. 이때 기업은 뼈를 깎는 절약을 통해 엔고의 파고(波高)를 넘었다.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모두 합심해 원가절감을 이룩한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상생협력이 실현된 것이다. 일본 정부도 한몫을 했다. 투자를 촉진해 내수를 살리는 정책을 내놓았다. 물론 일본 정부가 정책조정의 타이밍을 놓쳐서 버블경제로 이어지는 실수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위기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것은 본받을 만하다.

국가경제의 절대적 중요성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자동차산업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세 가지 측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완성차메이커와 부품기업이 상생협력해 원가경쟁력 제고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기업이 환율하락에 의한 가격경쟁력 상실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원가절감이다. 물론 기업이 원가절감의 한계에 근접한 것도 사실이기는 하나 전사적인 노력과 운동을 다시 한번 전개해 생사의 기로에서 탈출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기업이 원가절감만으로 수익성 하락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내수(內需)가 살아나 매출이 증가해야 한다. 내수가 살아나려면 정부가 자기 몫을 해내야 한다. 일본 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으나 정부가 타이밍을 맞춰 투자 및 내수촉진의 경제정책을 내놓아야 할 때이다. 셋째 노조가 사용자와 위기의식을 같이해야 한다. 강성(强性)노조가 있는 완성차메이커가 성공한 사례는 세계의 자동차산업 역사상 찾아 볼 수 없다. 신년은 파업 없는 새로운 노사관계가 정립되는 해가 돼야 한다.

대한민국이 2만달러 시대를 넘어 4만달러 시대를 열려면 반드시 자동차산업의 성장이 있어야 한다. 신년에는 기업의 노력,정부의 정책,노조의 협조로 2006년의 환율하락,내수부진,파업으로 얼룩진 어두운 그림자를 말끔히 걷어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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