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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돈만으론 북한 변화 못시킨다 / 안드레이 란코프(교양과정부) 교수

10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논쟁의 추이를 보면 남북경협에 대해 남한 주민 대부분은 심한 내부적 모순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면서도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서는 분개하는 편이다. 통일부가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한국 국민의 51.3%가 대북투자 확대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발생할 경우에 “부담할 용의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필자는 남한 사람 대부분이 듣기 싫어할 얘기를 하겠다. 싫든 좋든 북한 경제 복구는 남한 측이 피하지 못할 과제이다. 그 비용은 정확하게 산정하기 어렵지만 적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분석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1인당 소득을 15년 이내에 남한의 10분의 1 수준으로 높이는 데 최대 116조원을 투자해야 한다.

북한 복구 비용은 이처럼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할 수 있는 거액이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대북 지원을 잘 계획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 ‘남북 동반성장’에 대해서 꿈꾸는 사람들은 대북 지원을 크게 증가시키기만 하면 북한에서 안정적인 경제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한다. 유감스럽지만 이 주장은 근거가 없어 보인다.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은 채 지원 액수만 증가하는 것만으로는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중국과 달리 북한 당국자들은 경제 성장의 필요조건인 개방과 개혁이 정치적으로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지원이 몇 배로 많아질 경우에도 이 돈으로는 1950년대식 스탈린주의 경제 구조를 소생시키려고나 할 것이다.

대북지원은 수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룩하지 못했다. 지원이 본격화된 1990년대 말부터 북한의 경제성장이 남한에 비해 낮아서 남북 사이에 경제 차이는 그대로 커지고 있다. 이젠 대북 지원 방식을 바꿀 때가 왔다. 조건이 없는 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구멍이 많은 물통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

지원을 계획할 때 2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한편으로 북한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도록 하고, 다른 한편으로 북한 경제 복구 사업을 위한 기반을 준비하는 과제가 있다.

이 입장에서 기술이전은 물질적 지원보다 효율성이 높다. 물질적 지원은 북한 당국자들이 당·군 간부들이나 평양 특권층에게 배분함으로써 자신의 정권 기반을 강화하는 데 주로 쓰이지만 기술과 능력은 북한의 개발에 기여할 잠재력이 있다. 특히 남한과 북한 사람들이 같이 일하고 서로 배우는 프로젝트는 최고이다. 이는 북한 사람들이 남한에 대한 거짓 선전의 허구성을 깨닫고 남한 사람들을 이해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또 하나는 북한 인프라의 개발이다. 남한은 세계적으로 인프라를 개발한 경험이 풍부한 나라다. 이러한 경험을 북한에 적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에서 교량, 도로, 철도 건설, 발전시설 개·보수 및 신설 등은 민족의 장기적 미래에 대한 투자로 여길 수 있다.

북한에 대한 교육 지원도 중요한 과제이다. 현대 세계에서 쓸모있는 교육을 받지 못한 북한 사람들이 통일 후 ‘값싼 노동력’ 노릇이나 하게 되면 심한 갈등과 불신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남한은 북한의 대학교를 지원하고 북한으로 도서, 컴퓨터, 다양한 디지털 자료 등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필자는 남한의 대북 지원정책에서 이러한 변화가 곧 일어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남한에는 환상과 오판에 의거한 정책을 실시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id=etc&sid1=110&mode=LPOD&oid=023&aid=000028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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