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명사들이 추천하는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 선정 / 김영수 (일본학연구소) 연구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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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누구보다 우뚝 키가 큰 인물이다. 다가오는 세계에 들릴 만큼, 소리 높이 외치는 한 사람이다.”(영국 시인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 동서고금을 살펴보면 국가의 리더들은 모두 책을 가까이했다.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늘 주머니 속에 책을 넣고 다녔다. 나폴레옹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도 책을 읽었다. 세종대왕은 독서를 너무 좋아해 신하들이 말릴 정도였다. 2008년, 한국은 새 대통령을 맞이한다. 경제 교육 외교 국방 문화 등 산적한 문제를 고민하느라 하루 24시간도 부족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새 대통령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 속에 길이 있기 때문이다. 본보의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해 서남표 KAIST 총장, 한승주 고려대 총장 서리, 김충렬 고려대 명예교수, 소설가 김주영 씨,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 김경문 프로야구단 두산 베어스 감독을 비롯한 학계 경제계 문화계 체육계 등 각 분야의 명사 20명이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권을 추천했다. ‘책 읽는 대한민국’의 2008년 첫 시리즈는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으로 시작한다.》 ○ 역사를 교훈 삼아 미래를 설계하라. ○ 책은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망원경 뮤지컬 ‘난타’를 만든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키워드는 문화에 달렸다”고 말했다. 문화는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생력이 크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송 대표가 추천한 ‘컬처비즈니스’는 문화를 산업적인 측면에서 재고할 수 있는 지침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세계화와 그 불만’을 뽑았다. 김 교수는 “저자는 세계화와 시장주의를 지지하지만 일방적이지 않고 인간적인 세계화를 고민한다”며 “시장주의를 강조하는 새 대통령이 사회적 양극화를 제어하며 세계화 모델을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고 말했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도 세계화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을 꼽았다. ‘세계화의 덫’을 추천하며 “현대 사회에서 세계화는 불가피하지만 그 속에 내재된 부정적인 충격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대통령 당선인의 기업경영 경력을 살려야 한다고 당부하는 책도 많았다.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는 ‘CEO의 8가지 덕목’을 추천하며 “효율적인 정치가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마찬가지로 변화를 주도해야 하며 그 변화는 당연히 미래를 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단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국민을 다독이며 국가를 이끌기를 바란다”며 ‘따뜻한 카리스마’를 선정했다.
▼[1] 건국의 정치, 여말선초 혁명과 문명 전환/김영수▼
-이태진 서울대 인문대학장 추천 《“역사에는 평화롭지만 평범한 시대가 있고, 어렵지만 창조적인 시대가 있다. … 성리학을 새로운 문명과 국가 이념으로 받아들인 이들은 당대 고려의 정신적 혼란과 정치적 위기를 자신들의 역사적 사명으로 받아들여, 정신적이고 정치적인 혁명운동에 헌신하였다. 그 결과 1392년 조선이 건국되었다. 이 시기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전환의 시대였다.”》
1352년부터 1392년. 이 40여 년은 혼란과 변화의 시대였다. 공민왕의 노력은 좌절됐다. 성리학으로 무장한 신진사대부는 구시대와의 치열한 투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스러져간 고려를 위한 진혼곡과 새 나라 조선의 탄생을 위한 찬가가 뒤섞이던 시기였다.
‘건국의 정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여말선초 40여 년의 역사와 정치, 사상과 문화를 아우른 책이다. 그간의 저서들이 당대 정치나 사회, 사상 등 한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왔다면, 저자는 그것 모두가 별개가 아닌, 함께 자라난 나무라고 말한다.
조선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탄생은 500년 고려 왕조의 마지막 불꽃과 중첩된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저자는 공민왕 시기에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고려가 원의 지배에서 독립하던 1356년 전후를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었지만 국가 운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어 마지막 기회를 놓친 시기’로 봤다.
여기서 저자는 “운명이 인간 활동의 반을 결정한다 해도 나머지 반은 우리의 지배에 맡겨져 있는 것”이란 마키아벨리의 경구를 되새긴다.
이태진 교수는 특히 책에서 ‘고려 말의 혼란한 상황을 수습하고 새로운 제도를 정비하는 과정’ 자체를 눈여겨봤다. 정치에 있어서 혼란은 곧 극복할 기회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한 나라가 제대로 서는 데 필요한 제반 조건과 시대정신의 중요성을 잘 파악한 책”이라며 “나라를 운영할 사람에게 귀감이 되는 지식이 많이 담겼다”고 말했다.
‘건국의 정치’는 조선의 건국 과정을 “권력투쟁과 영혼의 전쟁이라는 두 전쟁을 동시에 치른 과정”으로 이해한다. 혁명이란 단순히 권력 획득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조선 사회의 안착은 그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소명을 정확히 인식했기 때문이다. 공민왕의 개혁이 과거를 향한 ‘고려성’의 회복을 추구하는 데 그쳤다면, 조선인들은 구체제에 대항하면서 새로운 ‘조선성’을 제시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건국의 정치’에 따르면 수차례의 전쟁과 기근, 폭정에도 여말선초 시대는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창조적인 시대였다. 실천적 지식인들이 등장해 백성들의 고난을 슬퍼하며, 고려 말 정신적 공백 현상을 깨뜨리려 노력했다. 조선의 건국은 바로 이러한 세계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찰에 바탕을 둔 변혁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큰 문명 전환의 시기로 14세기 말과 19세기 말을 꼽는다는 것이다. 19세기가 그러하듯 14세기의 변혁 역시 현재 한국의 정체성에 영향을 끼쳐오고 있다고 봤다. 그런 의미에서 여말선초의 정치사회를 읽는 것은 오늘날 한국인을 읽는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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