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북(北)이 무너질 때 서울에 촛불이 켜지면 / 안드레이 랑코프(교양과정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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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이 한반도 요리할지도 지난 6월 중국과 미국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는 모임에 잇달아 참석했다. 그래서 미국, 중국, 한국의 북한에 대한 의식이 얼마나 다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요즘 북한을 제일 잘 알고, 이해하는 나라는 중국인 것 같다. 대북 정책을 비핵화에 예속시킨 미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북한의 미래를 종합적으로, 장기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희망했던 중국 전문가들은 요즘 개혁을 둘러싸고 북한 내부에서 정치적 긴장이 점증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긴장은 조만간 노출되고, 그에 따라 북한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피란민, 대량 살상 무기 확산, 동아시아 불안정 등을 야기할 이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가 중국에서 심화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중국은 대북 개입을 위한 비상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패권주의적인 정책이라기보다 중국 국내 안정을 꾀하기 위한 방위적인 정책인 것처럼 보인다. 흥미롭고 중요한 것은 중국 측이 비상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많이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의식적인 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경고를 사전에 외부로 알려줌으로써 혹 있을지 모를 국제 위기의 위험성을 피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들의 제일 중요한 우려는 미국과의 충돌이다. 많은 한국인들은 미국은 중국 영향력의 확산을 반대하니까 중국이 북한에 개입한다면 미국이 적극적으로 막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 희망이 근거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對)중국 억제가 미국 전략의 목표 중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한반도에서 미국이 신경을 제일 많이 쓰는 것은 역시 북한의 비핵화이다. 중국도 핵확산을 원치 않는 나라이다. 미국은 중국의 대북 개입을 환영하진 않겠지만 핵확산 위험보다 덜 나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북한 급변 사태의 경우 남한이 북한에 대한 주도권을 실질적으로 장악하면 미국도 이러한 조치를 중국 개입보다 훨씬 좋아해서 정치적, 재정적, 군사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국가이익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미국이 한반도 통일보다 자신을 위협하는 핵확산문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바꾸어 말해서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한국이 앞장서는 경우에만 미국은 후원할 것이다. 문제는 남한의 태도이다. 무너진 북한에 대한 완전한 책임의 인정은 커다란 경제 부담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내전에 빠질 북한에 대한 통제를 위해 국군을 파병할 경우 적지 않은 사망자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남한 사회는 남북통일을 위해서 이러한 희생을 할 의지가 있을까? 또, 광우병 위기가 다시 한 번 잘 보여주듯이 한국이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면 정치 논쟁은 국회보다 서울 거리에서 첨예하게 맞부딪치게 되고, 정부의 결정능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킬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중국은 오랫동안 기다릴 여유가 없을 것이다. 중국이나 미국이나, 북한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남한은 국내 문제에 마비돼 결연한 대북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두 나라는 북한 위기로 인한 충돌을 피하려 어떤 비공개 회담까지 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측이 자신의 비상계획에 대해서 신호를 보내는 이유는 바로 미국과 이러한 회담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중국의 대북 개입 계획을 패권주의로 비판할 수도 있고, 비핵화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미국 입장에 대해서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이나 불만은 부질없다. 문제는 남한 사회의 태도 변화이다. 고급 소비생활에 익숙해지고 국내 좌우갈등에 빠진 남한 국민 대부분은 21세기의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전환점이 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무관심은 남북한의 공동 운명과 한반도의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3&aid=00019723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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