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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이원덕] G8,6자,그리고 일본 / (국제학부) 교수

이번주 초에는 세계의 이목이 일본에 집중될 것 같다.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는 기존 회원국 외에도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 5개국이 확대 정상회담 멤버 자격으로 3년째 참석하고, 특히 의장국 일본의 초청에 따라 새롭게 9개국이 참가한다.

한국도 추가로 초청된 9개국의 일원으로 최초로 G8회담에 참가함으로써 이번 회담은 국가 경제규모에 걸맞는 국제적 지위와 역할을 지향하는 이명박 정부의 글로벌 코리아 외교 구상이 얼마만큼 세계무대에서 통용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금융시장의 안정, 원자재 가격의 급등, 이산화탄소의 배출량 규제 등 G8 회담에서 다루어지는 하나하나의 이슈는 우리의 정치 경제적 생존과 번영에 직결된 문제이므로 이번 회담의 논의상황에 시선을 늦출 수 없다.

아울러 도야코 G8 회의는 어떤 형태로든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주요 정치 이슈로 다룰 것으로 보여 우리에게는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최근 북한은 핵시설 가동 중지에 이어 북핵 폐기 2단계 조치인 핵신고를 마쳤고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는 절차를 진행시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배경으로 중국 베이징에서는 이번주 중 6자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적지 않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 문제가 오랜 정체상황을 깨고 숨 가쁘게 요동치기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으로 마무리될 것인지, 아니면 부분적 비핵화로 그쳐 동북아 지역의 장기적 안전보장의 불안 요소로 남게 될 것인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일본의 대북 정책이다. 북한 문제에 관해 어느 국가보다도 초강경 입장을 견지해 왔던 일본이 G8 정상회담과 6자회담을 계기로 기존의 대북 태도를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서서히 변화를 모색할 것인지가 주목 대상이다.

일본의 북한 관련 외교적 이슈는 세 가지다. 첫째는 일본인 납치문제다. 이는 북·일 관계 개선의 최대 장애물로 작용해 왔다. 지난달 베이징 회합을 통해 양측은 일단 납치문제의 재조사에 합의하였으나 더 이상의 구체적인 진전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둘째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다. 일본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자국에 대한 심각한 안전보장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셋째는 35년 식민지배에 대한 과거 청산과 국교 정상화 문제다. 이 문제는 일본에 북방 4개 영토 문제와 더불어 미해결 전후처리 사안으로 간주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해결이 쉽지 않은 고난도 숙제이다.

후쿠다 야스오 일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요 외교 과제로 설정해 왔다. 그러나 대북 강경파가 주도하는 정치권과 납치문제의 쟁점화에 따른 일본 국민의 반북 정서에 가로막혀 여전히 대북 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바닥으로 주저앉은 내각 지지율과 오자와 이치로 대표가 이끄는 야당 민주당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후쿠다 정부로서는 섣불리 대북 화해카드를 집어 들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쿠다 총리는 도야코 정상회담에서 세계적 어젠다에 지도력을 발휘함으로써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만약 도야코에서 그의 외교적 퍼포먼스가 높이 평가된다면 후쿠다 정부는 세 가지 대북 외교 이슈 해결에 나설 수 있는 입지가 강화될 것이고, 그에 따라 창의적인 대북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공간도 확대될 것이다.

이 경우 그간 꽉 막혀 있던 북·일 관계에도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도야코 G8 정상회담과 베이징 6자회담 그리고 일본의 대북정책이 북핵 문제 해결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05&aid=000032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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