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이원덕] MB,韓中日서밋 주도를 / (국제학부) 교수

이달 하순 일본에서 개최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에 이명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두고 정부가 최종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지난 7월 중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한 일본의 도발에 대한 항의 표시다.

일본의 괘씸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나 우리 국민의 불같은 분노를 고려하면 정부의 깊은 고심에 일리가 있고 충분히 공감이 가는 바가 없지 않다. 더욱이 3국 정상회담 개최 이후에 예정된 일본 고교 교과서의 학습지도요령 및 해설서 개정 과정에서 또 다시 독도 문제가 불거져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에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 당당하게 참석하는 것이 옳다. 이 대통령 스스로 8·15 경축사에서도 밝혔듯이 독도 문제와 한일 관계의 발전은 냉정하게 분리하여 처리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더라도 70% 이상의 국민은 독도 문제와 한중일 정상회담을 분리해 바라보는 냉철하고도 성숙된 국제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담은 한국의 대외전략의 관점에서 보나 동북아 질서의 장래를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한중일 3국의 정상은 아세안(ASEAN)이 마련해 놓은 협의 틀 속에서 만남을 지속해 왔을 뿐이다. 별도의 단독 정상회담을 갖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즉, 1990년대 후반 '아세안+3'이 형성된 이래 동남아 국가들이 주도하는 중심 무대의 옆방에서 어색한 형태로 이루어졌던 것이 기왕의 3국 정상 만남이었다. 아세안+3은 파워나 경제규모 면에서 보면, 덩치가 훨씬 큰 한중일이 몸집이 작은 10개의 아세안 국가들에 업혀가는 가분수의 형국이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담은 작년 11월 싱가포르에서 그 개최가 합의되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핵심 역할을 수행했을 뿐 아니라 향후 회담의 정례화에도 가장 주도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한중일 관계는 민족주의 충돌로 이따금 갈등을 겪고 있지만 긴밀한 우호 협력 필요성은 날로 증대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중국과 일본을 단독으로 상대하는 것보다는 3국의 협의구조 속에서 발언권과 영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적 약소국의 위치에 있는 한국이야말로 주변 강대국들을 거미줄처럼 칭칭 엮어서 대립과 마찰을 줄이고 협력과 상생이 불가피하게 만드는 것이 득책이 된다.

특히 중일 양국 간의 세력균형에서 지렛대의 역할을 모색하고 더 나아가 중일 간 협력의 촉진자로 기능하기 위해서 한중일 정상회담은 우리에게 매우 효과적인 구도다. 최근 들어 중일 간의 전략적 호혜관계가 급진전하고 있는 가운데 한일, 한중 관계는 상대적으로 소원한 국면이 연출되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바다.

이번 3국 정상회담의 주된 의제는 에너지, 환경 분야의 3국간 협력 문제가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당장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북핵 6자회담의 진전 문제를 포함한 지역 안보 문제나 동북아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협력 문제도 깊숙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세계는 경제 분야를 필두로 글로벌화가 급속하게 추진되는 한편, 지역 단위의 공동체수립이나 협력체구축이 거역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북아 지역만이 국가 간 대립이나 민족주의적 갈등으로 퇴행을 겪게 된다면 세계사의 발전 흐름에서 낙오될지도 모른다. 하루 속히 이 대통령의 정상회담 참석을 확정짓고 동북아 지역의 새로운 협력구도 창생을 주도해 나가는데 앞장서자.

이원덕 국민대 교수·국제학부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05&aid=0000328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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