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우리 군의 주적은 북한이다 / 목진휴 (행정) 교수


“옷을 벗기려다 옷을 벗고 말았다.” 지난 10년 동안의 대북정책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언급이다. 북한을 개방하려는 노력이었던 햇볕정책의 성과가 북한의 핵개발, 서해에서의 무력 충돌, 금강산 관광객 피살, 그리고 탈북자로 위장한 이중간첩 사건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모든 경우가 그동안 우리가 북한을 위해 노력했던 선의와는 동떨어진 악의적 결과다. 이러한 점에서 대북정책과 안보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평가는 적절했다고 본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이 저질러온 여러 잘못 중에서도 최근 적발된 간첩사건은 여러 측면에서 가장 충격적이다. 우선, 체포된 간첩이 탈북자로 위장하였다는 점이다. 지금도 수없는 북한 주민들이 전대미문의 부자 세습 조직인 김정일 체제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 생명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고 있다.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탈북자들이 국내에서 새로운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탈북자의 결연함과 우리 정부의 따뜻함을 악용한 것이다. 남북한의 체제 경쟁이 아무리 처절하더라도 탈북자를 미끼로 간첩활동을 한다는 것은 인륜에도 어긋나는 추태다.

문제의 여자가 이중간첩이라는 점은 또 다른 충격이다. 우리의 정보기관이 문제의 간첩을 이용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했다는 것이다. 아직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확신을 못한다곤 하더라도, 우리의 정보기관이 허술하게 이 문제를 다루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우방국 사이에서도 필요에 따라선 은밀하게 정보를 얻고자 소위 스파이를 활용하는 것이 지금까지 세계가 경험해온 바다. 하지만 이른바 '한반도형 마타하리' 사건에 스스로 연루된 정보기관이 과연 이 사건을 심도있게 인식하고 접근하였는지 걱정된다. 정보기관의 임무가 다양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안심할 수 있고 확실한 경로를 통해 얻는 정보만이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 군은 국가 안보의 최첨단에서 그 소임을 다해 왔다. 그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는 국토 분단의 아픔과 동족 상잔의 전쟁, 그리고 처절할 정도의 체제 경쟁을 이겨내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냈다. 특히 최근의 사회조사에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는 점은 우리 국민이 군을 얼마만큼 신뢰하고 있는지 잘 설명해 준다.

그러나 군의 내부에서 간첩활동이 전개되었다는 점은 우리를 당혹하게 한다. 특히 장병을 대상으로 수도 없는 안보강연을 했고 강연에 활용된 자료를 북한이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 장병들의 정신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초급 장교까지 포섭되었다. 그들 중 일부는 간첩의 신분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적관계를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무리 남녀의 관계가 오묘하더라도 직업군인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간첩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정보 관계자들의 최근 증언은 이번 사건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유사한 경우가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군은 올바로 인식하여야 한다. 군은 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까지의 내부 정리가 필요한지를 확인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다시는 군이 간첩 활동의 무대가 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그동안 군 일각에서까지 논란이 있어 왔던 주적의 문제가 해결되는 실마리를 찾은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분명한 주적을 정하고 이를 대상으로 장병들을 교육하여야 한다. 누구를 대상으로 우리를 지켜야 하는지를 모르는 군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밤을 왜 지키는지도 모르고 국민으로부터 불신 당하면서 지키는 밤은 우리 모두에게 무사한 새벽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군당국은 분명히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5&aid=000197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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