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독일車만 유독 잘나가는 이유 / 유지수(경영) 교수

작년 하반기 이후 전 세계 자동차시장이 너나 할 것 없이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 관심을 끌고 있는 국가가 독일이다. 유럽 승용차 판매가 작년 5월 이후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나 유독 독일은 지난 2월 22% 증가에 이어 3월에는 무려 40% 증가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그 주요인이 올 1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신차 구입 보조금 지급제도 때문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독일정부는 2차 경기부양책에 1억5000만유로의 예산을 배정해 자동차 판매 확대를 지원하고 있으며, 기대 밖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나자 추가 예산 확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미국 일본과 더불어 세계 자동차산업을 이끌어가는 3대 선진국인 독일의 메이커들이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은 판매 확대 지원이라는 간접적인 방식보다는 자금 지원이라는 직접적인 방식을 통해 자국 자동차 업체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판매 확대 지원책을 쓰기에는 각 업체의 경영난이 너무나 급박한 지경에 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 혈세가 납세자에 대한 아무런 보상 없이 개별 기업에 지원되다 보니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수밖에 없다. 이미 174억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상황에서 업체들의 추가 지원 요청을 무조건 받아들이기에는 정치적인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이 어떠한 방식으로 쓰이느냐에 따라 지원받는 쪽의 대응 방식도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즉 이미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은 미국 업체는 그 대가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수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신차 구입 보조금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유럽지역 업체들은 판매 증대를 통해 고용을 유지함으로써 국가경제 전체가 이득을 얻도록 하고 있다. 전자가 네거티브 방식 지원책이라면, 후자는 포지티브 방식 지원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자동차시장 상황 역시 각국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이번 경기침체의 특성상 수출급감은 말할 것도 없고, 내수 역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감소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 1분기에 약 69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지난해에 비해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이 정도의 생산 감소라면 국민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대단하다. 특히 자동차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거의 모든 국가가 포지티브든 네거티브든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인 우리나라는 시기적으로 너무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최근 우리 정부가 자동차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다만 시행 시기가 확정되지 않음으로 인해 자동차 업체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에게 불확실성을 안겨주는 것은 곤란하다. 만일 지원 방식을 포지티브로 할 것인가, 네거티브로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실시 시기가 미루어지고 있다면 해답은 앞서 살펴본 독일과 미국의 사례에서 의외로 간단히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업체의 경영위기 정도, 정부 지원의 국민 후생에 대한 파급 효과 등을 감안할 때 포지티브 방식의 지원책이 바람직할 것으로 여겨진다.

요컨대 지금은 자동차 감산에 따른 여파가 1차적으로는 부품 협력업체에, 2차적으로는 철강 등 소재산업 및 금융 등 서비스산업으로 확산돼 경기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기 전에 적극적인 판매 확대 지원책 실시가 절실한 시점이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09&aid=0002091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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