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아니요’라고 할 수 있는 인물 기용을/홍성걸(행정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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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초기 ‘강부자’ 내각이라는 비판을 시작으로 장관 지명자와 청와대 수석들의 거듭하는 낙마를 거쳐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철회에 이르기까지 이명박정부의 인사는 만신창이가 됐다. 국면전환용 개각은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임기의 3분의 1을 지나고 한나라당 쇄신위원회의 제안까지 받아든 상황에서 대통령도 더 이상 개각을 미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 개각에서 또다시 낙마하는 인사가 나온다면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은 말할 것도 없고, 대통령도 집권 내내 야당의 공세와 진보적 시민단체의 비판에 직면해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개각은 어쩌면 이명박정부가 정말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일만 잘하면 된다는 대통령의 인식이 도덕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과의 소통 부재를 의식해 친박계 인사의 입각설이나 충청권 인사의 총리기용설, 탕평인사설 등이 나돌고 있다. 호남권이나 충청권 등 지역안배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모두 일리 있는 이야기지만 이를 만족시킬 만한 능력 있는 인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고, 그런 인사를 찾았다 하더라도 검증과정을 무사히 통과한다는 보장이 없다. 극심한 인물난에 허덕이면서 같은 사람을 이리저리 돌려쓰는 회전문 인사가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처럼 이번 개각과 청와대 인사는 무엇보다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인사는 대통령이 편하고 쉽게 쓸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일할 유능한 인재를 널리 구하는 것이다. 권력자의 주변에는 항상 많은 사람이 모이게 마련이고, 그들은 스스로의 능력을 과대 포장해 어떻게든 한자리 하지 못해 안달한다. 그러나 진정 도덕성 높고 자존심과 능력이 출중한 인사는 권력에 아부하려 하지 않는다. 권력자가 자신의 주변에서만 인재를 찾으려 한다면 진정한 인재를 구하기 어려움은 물론 야당의 반대도 높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지역안배나 출신학교, 정치적 고려 등을 우선해 개각이나 청와대 인사를 단행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것이 오히려 최선이 아니라 차선이나 차차선 후보를 선택하게 만들기도 했다. 출신 지역이나 학교, 정치적 고려 등이 중요한 변수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이 공직후보자의 인격과 도덕성, 능력보다 우선돼서는 안 된다. 이번 인사에는 국민 대부분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훌륭하고 능력 있는 분을 모시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사람이 대통령과 함께 일해야 한다. 그러나 주변의 모든 사람이 대통령과 같은 생각을 한다면 밖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문제를 내부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집단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이해하고 공유하더라도 대통령이 잘못 생각하거나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 항상 사직서를 가지고 다니면서 언제든지 ‘아니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장관이나 수석에 기용돼야 한다. 전 정권에서 고위직을 담당했던 관료를 배제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행정관료란 어느 정권 하에서도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집단이다. 그들이 전 정권에서 고위직을 담당했다는 이유만으로 도덕성과 능력이 출중함에도 불구하고 원천적으로 배제된다면 그것은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개각이나 청와대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또다시 부적절한 인선으로 인해 낙마하는 인사가 나온다면 이명박정부의 정책 추진력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국민 모두의 불행이 될 것이다. 이번 개각과 청와대 인사에 거는 기대와 우려가 큰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대학원장·행정학 원문보기 : http://www.segye.com/Articles/News/Opinion/Article.asp?aid=20090717003117&ci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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