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서울신문-열린세상]대일 예방외교가 중요하다/이원덕(국제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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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반세기 이상 동안 일본을 지배해 왔던 자민당 정권이 8월30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마침내 야당 민주당에 무릎을 꿇었다. 민주당은 480석 중에서 309석을 획득하는 역사적인 대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해 냈고 반면 자민당은 119석을 얻는 데 그쳐 창당 이래 최대의 참담한 패배를 기록했다. 민주당의 역사적인 압승과 자민당의 괴멸적인 참패는 그야말로 일본정치의 기반을 뒤흔들어 놓는 선거 혁명이나 다름없다. 이번 총선의 쟁점은 주로 국내정치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민주당 신정권이 집권 후 외교안보 정책상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권 공약을 통해 대등한 대미관계의 추구와 아시아를 중시하는 외교를 펼치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에 일정한 수준에서의 외교정책상 기조 변화가 감지된다. 적어도 민주당 정권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한·일관계는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판단되며 우호협력 관계를 증진시키는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자민당 정권과는 달리 민주당 지도부는 역사인식 문제에서 전향적이고 건전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군사문제나 헌법문제 등 외교안보 정책에서 유화적이고 온건한 노선을 지향하고 있다. 최근 한·일 관계 악화 배경에는 자민당 지도자들의 시대착오적 역사인식이나 섣부른 민족주의적 발상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민주당 정권의 출현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불필요한 대립을 넘어 미래지향적 협력을 추구하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는 열려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는 ‘동아시아 공동체 수립’과 ‘아시아의 공동통화 구상’을 그의 아시아 중시외교의 비전으로 주장한 바 있다. 또 자민당 정권하에서 격렬한 역사마찰의 뇌관으로 작용해 왔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중단하겠다고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였다. 더 나아가 그는 야스쿠니 문제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제3의 국립추도시설 건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공약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적어도 민주당 집권 기간 중에 야스쿠니 문제가 한·일 관계의 외교 악재로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일련의 발언이 실천에 옮겨진다면 한·일 관계는 진전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갈등의 불씨가 쉽사리 꺼졌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개운하지 않은 점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선거혁명에도 불구하고 일본정치의 보수적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고 볼 수 없으며 민주당 내의 이념 및 정책의 혼재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한 과잉기대나 지나친 낙관은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야스쿠니 참배, 전후보상, 과거사 인식 문제와 관련한 정치권 내의 반동적인 움직임은 민주당 정권 하에서 상당 부분 억제되겠지만 역사마찰이 재현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인 독도문제에 관해서 민주당 정권이 자민당과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자민당이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는 도서’로 규정한 것과는 달리 민주당은 ‘독도가 일본영토이지만 한국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독도문제와 관련해서는 당장 고등학교 교과서의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다케시마 영유권’ 기술을 포함시키려는 문부과학성의 시도에 민주당 정권 지도부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우리로서는 긴밀한 대화채널을 신속히 구축, 가동하여 민주당 정권이 이 문제를 슬기롭게 다뤄 나가도록 다각도의 예방외교 노력을 경주하는 게 대일외교의 긴급한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정권의 출현을 계기로 조성된 한·일 관계의 우호협력 무드가 선순환의 궤도에 안착하도록 섬세한 대일외교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원문보기 :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90903030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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