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동아일보]지방세 비중 30%는 돼야 지방자치 산다/강장석(정치대학원) 부교수

대통령소속 지역발전위원회는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지방재정 개편방안을 9월 16일 발표했다. 2010년부터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5%(약 2조3000억 원)를 떼 내어 지방소비세라는 새 이름으로 지방정부로 넘겨주고, 2013년부터는 그 비율을 10%로 높인다는 내용이 뼈대이다. 이렇게 조치하면 내년부터 지방세가 1조4000억 원 늘어나고 지방세 비율이 20.8%에서 1.1%포인트 올라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일부 언론에서는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라고 보도했으나 실상은 턱없이 미흡한 조치였다. 현재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은 79.2% 대 20.8%이다. 반면에 중앙정부 대 지방정부의 재정지출 비율은 40 대 60이다. 이 말은 지난해 기준으로 지방의 연간 총지출(163조 원)이 중앙정부의 지출(110조 원)보다 훨씬 더 많은 전체의 60%에 이르지만 이를 조달하는 지방세 비율은 20.8%밖에 되지 않아 불균형이 너무 심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독일과 캐나다 등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상위 10개국은 지방세 비율이 평균 32.7%에 이른다.

우리도 지방세 비율 30%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걸맞은 단계적 처방이 필요하다. 앞으로 특별행정기관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하고 자치경찰제도를 도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2년까지 6조 원의 지방재정수요가 추가로 발생하므로 지방세를 확충하려면 미봉책이 아니라 조세개혁을 포함한 근원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 부가가치세 중 5%를 지방소비세로 전환하지 말고 계획을 수정하여 전환비율을 최소 10%로 조정하여 출발하되 2013년에는 20%까지 높여 지방세의 개선효과를 현재의 20.8%에서 25%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부가가치세 20%의 지방소비세 전환안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제출돼 있으므로 마지막 기대를 걸어 본다.

지역발전위원회는 또 지방세인 ‘소득할 주민세’(소득세의 10%)를 지방소득세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지방정부에 기여하는 점이 전혀 없다. 지방재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등 내실화하려면 소득할 주민세 10%를 20%로 조정하여 추가된 10%를 실질적으로 지방정부에 이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3.5%의 지방세 증대효과가 나타난다. 앞서 말한 부가세 20%(지방소비세) 효과와 합치면 2013년에 지방세 비중이 현재의 20.8%에서 28.5%로 늘어나 지방재정의 확충효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조치로 인해 국민의 세금이 올라가는 일은 전혀 없다. 행정적으로 국세의 일부가 지방세로 바뀔 뿐이다.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문제는 지방세 비율이 지금처럼 낮은 데 중앙의 관료주의가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중앙(기획재정부)의 재정 권력을 얼마나 지방으로 이전하느냐가 최대 관권이다. 최근 일본에서도 총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관료주의 타파를 선언하고 예산안을 직접 편성하겠다고 나섰다.

지방재정이 지금처럼 약화된 이유는 국민이 세금을 덜 내서가 아니고 지방정부가 과다하게 지출을 해서도 아니다. 국민이 낸 세금(국세)을 중앙정부(기획재정부)가 움켜쥐고 생색을 내면서 지방에 나눠주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를 시행하지만 중앙정부가 돈으로 시·도를 움켜쥐고 있는 셈이다. 지방재정의 확충 문제는 이런 중앙집중적 구조를 타파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본다.

강장석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원문보기 : http://news.donga.com/fbin/output?n=20091001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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