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국일보]스마트폰 포비아/김대환(관현악) 교수

2010년을 여는 화두는 각각의 분야에서 새 시대를 선포한 <아바타>와 스마트폰일 것이다. 아바타의 경우, 끊임없이 회자 되다 보니 보기도 전에 줄거리를 다 알아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영화관을 찾았다. SF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바타 내용이 카메론 감독의 출세작인 <터미네이터>보다는 덜 신선하게 느껴졌다. 기존의 판타지 영화 내용을 정교하게 조합하고 <늑대와 춤을>의 휴머니즘을 더한 정도랄까.

하지만 화려한 영상과 자유로운 3D기법은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가듯 한 단계의 진보를 선언하기에 충분했다. 생동감 있는 3D화면에 감탄한 지 채 한 달도 안 되어 가정용 3D TV 경쟁 소식이 들려왔다. 경이로운 발전 속도에 IT업계는 조금만 방심하면 도태되는 전쟁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첨단 영화야 보고 즐기면 그만이지만 연일 기사화되는 스마트폰은 고민거리였다. 기능에 따라 이메일 사용이 편한 것과 콘텐츠가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스마트폰을 둘 다 사용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반면 회사에서 일괄 지급한 기기에 익숙하지 않아 기존의 휴대 전화를 같이 쓰는 경우도 많았다. 어쨌든 주변에 급속히 퍼지는 스마트폰과 화제가 되는 첨단 기능은 오랜 동안 같은 번호, 같은 통신사, 그리고 구형 휴대폰에 정이 든 내게 막연한 불안감을 주었다.

음악 실기의 특성상 일대일 도제식에 익숙한 터라, 온라인을 이용하는 강의가 늘고 있다고 들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학과 교수의 인터넷을 활용한 교수법 강의를 듣고는 느낀 바가 많았다. 사이버 공간은 빠른 피드백과 정보 교환으로 오프라인 수업의 참여도를 높이는데 기여가 컸다. 특히 담당교수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학생을 다르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같은 주제의 오프라인 수업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던 수줍은 여학생이 온라인에서는 뛰어난 필력과 공격적인 논점으로 활발히 참여해 교수를 놀라게 했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인터넷에서 필명이 널리 알려진 논객이었다고 한다. 어떤 학생들에게는 온라인이 더 편안하고 따뜻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지금껏 즐기기 위해서 하는 블로그 등을 없는 시간을 쪼개서 일부러 해야 할 필요를 못 느꼈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더욱 활성화한 트위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나와 상관없는 분야라며 안하고 있자니 어쩐지 마음이 찜찜하다. 어느덧 사이버 공간이 소통의 강력한 매체로 자리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상상이 바로 현실이 되는 최첨단 기술과 제주의 올레 길이 주는 느림의 미학이 공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느림의 편안함과 필요성을 존중하면서도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감을 안고 있을 자신이 없기에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두꺼운 설명서라도 다 읽고 모든 기능을 빠짐없이 사용하리라 굳게 결심을 했건만 구입하고 보니 아예 설명서가 없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직접 알아내야 하고 구입처에서도 인터넷 검색창에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단다. 인터넷 카페는 고생담과 애정으로 꽉 차있다. 고생 끝에 단 열매라… 이것 역시 상술 같다고 불평하며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여행을 가느라 짐을 챙기는데 박자기, 튜너, MP3, 캠코더, 여행지 정보 그리고 딸이 좋아하는 게임기와 무료함을 달래줄 영화까지, 스마트 폰 하나로 모두 해결이 되었다. 그러나 그 모든 편리함보다는 스마트폰 포비아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 가장 즐겁다.

원문보기 : http://news.hankooki.com/ArticleView/ArticleView.php?url=opinion/201002/h2010021915173981920.htm&ver=v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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