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경향일보-경제와 세상]은행, 금융회사인가 금융기관인가 /조원희(경제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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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경제시스템에서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번 세계 금융위기를 관찰해보면 명백하게 나온다. 은행은 한갓 돈벌이 회사(금융회사)가 아니라 경제를 떠받치는 국가 중추기관(금융기관)이며 은행이 위태로워지면 경제 전체가 붕괴하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려야 한다는 것이고, 실제 모든 나라가 예외 없이 그렇게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난 30년간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주의가 득세하면서 은행을 금융기관이 아니라 금융회사라고 우기는 논리가 지배했다. 그러자 각국 은행들이 금융기관으로서 본연의 ‘신성한 임무’는 뒷전으로 돌리고 돈벌이를 일삼다가 국민세금만 축내고 세계경제에 고통을 안겨주었다.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는 얘기가 있지만 ‘은행이 돈 가지고 장난치면 벌 받는다’는 말도 격언집에 추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지난달 21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른바 ‘볼커 룰(Volcker Rule)’이라고 스스로 이름 붙인 금융개혁안을 발표했다. 오바마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의료보장 개혁안이 의회에서 왜곡 축소된 것을 생각하면 이 안도 향후 미 의회에서 순조롭게 통과될지는 미지수이다. 또한 국제적 공조가 요긴한 주요 현안을 약간 돌출적이고 일방주의적으로 발표한 것을 놓고 대중인기영합이라는 비판과 함께 그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 등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그 기본 정신은 올바른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세계 무역불균형문제와 함께 세계경제 2대 사안에 대해 미국이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 볼커 룰의 핵심은 예금은행에서 ‘금융기관’으로서 본연의 업무와 관련이 없는 일종의 순수 투자·투기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으로, 1999년 폐기된 구 은행법, 즉 글래스-스티글법을 일정부분 부활시키려는 의도가 있다. 그간 대형 은행에서는 수익극대화를 위해 큰 위험을 내포한 투자행위가 본연의 기능만큼 팽창했다. 이런 기능들을 잘라 내는 것, 그것을 투자은행·투자회사들의 고유기능으로 돌리고 은행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다. 그간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예금으로는 자금이 부족하여 외부 차입, 채권발행 등을 통해 과도하게 부채를 조달하는 문제점, 자산부실화에 대비하여 적정 자기자본의 유지가 어려운 문제 등에 대해서는 많이 논의되었지만 금융기관으로서 은행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은 오바마 개혁안이 처음이다. 주요 20개국(G20) 회의 의장국으로서 오는 11월 열리는 G20 회의의 의제를 고민해야 할 한국이 주목해야 할 변수이다. 대형화·겸업화는 위험한 생각 은행이 공공성이 아니라 수익만을 추구하는 ‘금융회사’로 되는 과정은 자립적인 산업화, 대형화, 겸업화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등 3개 연구기관에 의뢰하여 작성되고, 지난 2월8일 발표한 최신의 금융선진화 방안은 미국이 벗어나려는 대형화, 겸업화를 우리는 기어코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친서민 중도실용’이라는 슬로건에 가려 있던 이명박 정부의 본심, 즉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가 약간의 수정을 통해 그대로 관철되고 있다. ‘한국의 금융은 초등학생 수준이며 미국처럼 대학생 수준의 학생이 사고쳐 고등학생 수준으로 규제하려는 것을 보고 따라 할 필요는 없다’는 정부당국자의 비유는 국민을 오도하는 말이다. 이런 말에는 이미 미국 금융시스템은 수준 높은 것이고, 결국은 따라 가야 할 모범이라는 믿음이 전제되고 있는 것이다. 실상은 미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고, 그들 스스로 버리려 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2181807385&code=99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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