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세계일보-시론] ‘세대교체론’ 공감 얻으려면/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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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패배에 따른 위기감이 당 지도부의 사퇴를 가져오고 그것이 당정청의 쇄신운동으로 나타나는 것은 선거 전후 정치과정의 단골메뉴이다. 또 적지 않은 쇄신운동이 세대교체론으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위한 발판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6·2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바탕으로 요구되던 당정청의 쇄신운동이 세대교체론으로 발전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그래서 예외라기보다는 일반적 현상이다. 그러나 세대교체론이 지금처럼 나이를 기준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세대교체의 핵심은 민심으로부터 외면당한 정치세력에게 그 책임을 지우고 새로운 인물들로 하여금 노선이나 정책, 가치 등을 바꾸어 유권자들의 재선택을 받기 위한 노력이다. 하지만 나이만을 기준으로 그동안 정치권에서 활동하던 인물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강화하려 하거나 집권당 내의 내부갈등에 초점이 맞추어진다면 진정한 세대교체는 이루어질 수 없다. 어떻게 하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참신한 인재를 발굴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 인재풀이 적어 대통령이 고심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다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인재를 구하는 것은 주변에서 찾으라는 말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 권력 주변에는 능력 있는 사람보다 자리 욕심이 큰 사람들이 모이게 마련이다. 진정한 인재는 스스로 나서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인재풀은 넓고도 다양하다. 지난 수년간 정부에서는 1급 이상 공직자들이 무수히 옷을 벗었다. 그중 많은 사람은 30년 이상 한 부처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능력과 전문성, 청렴성이 있지만 이들을 돌아보는 정치인은 별로 없다. 학계나 재계에도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는 얼마든지 있다. 그들이 먼저 나서지 않는 이유는 현재 본인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좌우를 돌아볼 시간이 별로 없으며 권력에 가까이 다가가 한 자리 하려는 욕심을 갖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가 싫기 때문이다. 세대교체론이 특정 정치세력을 염두에 두고 주장돼서는 안 된다. 세대교체론이 특정인을 키우거나 정치적 성장을 막으려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진정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수 없고 대통령의 권력 누수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미 야당에서는 대통령의 ‘젊은 내각, 젊은 정당’ 주장을 국정쇄신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견제나 친이계에 대한 지원사격쯤으로 폄하하는 논평이 난무하고 있다. 사실 대통령에게 세대교체론의 등장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보아야 한다. 대선 직후 당정청의 인적 구성은 대선과정에서 보여준 공헌을 기준으로 이루어졌다.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아야 하는 민주적 정치과정에서 대선 캠프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자리’에 욕심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임기 중반을 지나는 현 시점에서는 더 이상 대선 유공자들에게 발목을 잡힐 이유가 없다. 새로운 인재를 등용해 차세대 잠재적 리더를 키우는 것도 국가지도자의 의무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지도자들은 후진 양성을 위한 노력을 보인 적이 별로 없다. 이번 기회에 능력 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널리 배치해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달이 차면 기우는 것이나 아무리 뜨거운 해도 때가 되면 서산으로 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국민은 새로운 정치, 새로운 인물을 원하고 있다. 대통령이 진정으로 그 열망에 부응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집권여당을 외면할 것이고, 지방권력을 상실한 여당의 국정주도권은 더욱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정권 재창출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문보기 : http://www.segye.com/Articles/News/Opinion/Article.asp?aid=20100617003993&ci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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