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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경제와 세상]교육문제의 반은 경제문제다/조원희(경제학과) 교수

한국에서 교육문제의 반 이상은 경제문제이다. 따라서 경제의 왜곡이 시정되면 교육문제의 반 이상이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어깨 통증이 종종 폐나 심장 질환의 결과이고 문제가 되는 장기의 질병이 치유되면 통증은 저절로 낫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보상체계 왜곡 교육경쟁 부추겨

경제학의 중요 원리 가운데 ‘비교우위에 의한 특화(분업)의 원리’라는 것이 있다. 이것을 응용하면 다음과 같은 추론이 가능하다. 만약 노동시장에서 완전한 자유경쟁이 존재하면 모든 직종의 임금은 작업 위험 및 강도와 노동시간 차이 등의 요인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이 요인들을 통제하면 평균적으로 거의 동일해질 것이다.

사실 미국·영국에서는 교수의 임금이 결코 숙련공의 임금보다 평균적으로는 높지 않다. 오히려 조금 낮은 편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사람은 자기 적성, 취향에 맞는 직업을 택하고, 그 직업에 필요한 경우에만 사전 교육을 받고자 할 것이다. 소질도 취미도 없는 교육에 돈을 쏟아부어봤자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니 학력 인플레나 불필요한 교육에 따른 돈의 낭비가 없다. 각자 소질대로 능력을 계발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훨씬 높아진다. 이것이 비교우위에 의한 특화의 효과이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지나친 학력경쟁의 폐해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공부 좀 잘하는 학생은 자기 적성과 소질에 상관하지 않고 너나없이 판·검사, 의사가 되고 싶어한다. 이러니 살인적 입시경쟁이 불가피하다. 대학을 마쳐도 10명 가운데 1명 취직되는 데 불과하지만 대기업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에 부모 등골이 휜다. 한국 사람들이 높은 소득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는 꼴찌이고 경제적 여유가 없으며 노후준비도 안되고 출산율이 저조한 것도 모두 이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과도한 교육 경쟁의 근원은 무엇인가? 교육 영역과는 무관하게 경제 영역에서 양극화가 있고, 노동시장에서 사람들에 대한 보상체계가 심하게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근절되고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정책으로 기업규모 간 양극화가 시정되고 그래서 임금차별도 사라진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부당한 차별이 제거되고 학벌의 철폐 등이 정책적으로 추진되어 같은 직종은 평균적으로 같은 수입(임금)을 얻게 된다면 학력·학벌 문제는 이 땅에서 거의 사라지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왜곡이 시정된다면 이런 일도 일어날 것이다.

전국 수능에서 1등을 할 만한 실력의 학생이 자신의 취미와 적성에 따라 의상디자이너가 된다. 탁월한 감각을 지닌 이 학생은 열심히 능력을 계발하여 단순한 디자이너를 넘어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일급 의상 ‘아티스트’가 된다. 크리스티앙 디오르나 앙드레 김 같은 사람이 다 그런 인물 아닌가?

사회적인 문제와 동시해결 모색

현 정권은 수월성 교육을 부쩍 강조하는데, 전국 학생을 한 줄로 세워 상위권인 학생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진정한 수월성 교육이다. 다양성이 전제돼야 진정한 수월성 교육이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현실이 다양성 교육에 심각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경제, 사회환경을 그대로 두고 교사간, 학교간, 학생간 경쟁만 더욱 강화하면 불난 데 기름 붓는 식으로 교육의 질이 개선되기는커녕 모두가 더욱 고통스러워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다.

한국에서 교육문제는 경제·사회문제와 얽혀 있으므로 동시적인 해결을 모색할 때 쉽게 풀릴 것이다. 진보든 보수든 교육담당자가 다 해결할 수도 없다. 사실 무상급식 문제만 해도 엄밀히 보면 복지정책 문제이지 교육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8262132385&code=9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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