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국일보-삶과 문화] 희망의 씨앗/김대환(관현악 전공) 교수 | |||
---|---|---|---|
어릴 적부터 선망의 대상이었던 정경화 선생님을 그 분의 챔버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처음 뵙던 순간의 떨림을 잊을 수 없다. 선생님의 연주에 대한 열정은 놀라웠다. 지치지 않고 하루 종일 연습을 이끌어나가는 에너지에 대부분 20대였던 단원들도 두 손 들었다. 같은 프로그램으로 하루 걸러 하는 지방 순회공연 중에도 무대 리허설을 거르거나 대충 한 적이 없었다. 낮 리허설을 녹음해서 연주 전에 듣고 고칠 점을 알려 주시고, 전날 공연 실황을 이튿날 무대 리허설 전에 듣는 열의에 절로 존경심이 생겼다. 틈틈이 단원들의 사소한 고민에도 조언해주시는 덕에 10명 남짓한 단원들은 마지막 공연이 다가올 즈음 많이들 서운해 했다. 지난 봄, 오랜만에 선생님을 뵈었다. 선생님은 고 이종숙 서울대 교수와 당신의 어머니 이원숙 여사가 설립한 세화음악장학재단의 이사장직을 기꺼이 맡으셨다. 최근 줄리어드 교수로 임용되면서 교육에 관심과 열의가 높아진 것은 전해들은 바 있으나, 음악계에 앞으로 어떻게 봉사할 것인지 고민이라는 말씀에 역시 귀감이 되는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도 올해 설립한 정경화재단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할 예정이란다. 전세계 우수 연주자들에게 오디션을 통해 명기(名器)를 대여해주는 일본음악재단(Nippon Music Foundation)의 심사를 하며 느낀 바가 많다고 하셨다. 앞으로 한국 학생뿐 아니라 외국 학생들까지 지원하고 싶다는 포부에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 사회도 봉사의식과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뿐 아니라 중앙부처에서 구청에 이르는 공공기관의 문화와 복지를 결합한 지원도 점점 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과 서울시복지재단은 공동으로 <예술로 희망드림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 중 <씨앗 나눔>분야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매달 학원비로 10만원을 지원해 준다. 솔직히 학원 한 곳 다닌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었는데 그 결과는 관계자들도 놀랄 정도라고 한다. 1년 전 처음 미술학원을 다니게 된 한 아이는 당시 어두운 색 몇 가지만을 사용했었는데 지금은 색채감이 풍부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또 다른 아이는 그 동안 부러워만 하던 피아노 학원에 다니며 가족 분위기까지 밝아졌다고 한다. 작은 문화 지원이 한 가정을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정서 함양을 위한 복지차원의 지원을 넘어 재능 있는 아이들을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물론 전공자를 길러내는 일은 간단치 않다. 지원받는 과정이나 예술을 전공하며 느낄 수 있는 상대적 빈곤감은 자칫 아이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학원에서만 배우는 아이들에게 전문적인 선생님들과 1대1로 연결 시켜주는 <꿈나무 키움>프로젝트는 음악을 전공하려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큰 의미가 있다.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예술가들이 멘토로 참여해 자신이 받은 지원을 재능으로 환원하는 것이기에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보람이다. 최근 대통령이 라디오연설에서 내년부터 저소득층의 문화혜택을 늘리고 예술 강사를 소외지역에 파견하는 <예술꽃 씨앗 학교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고 기대한 만큼 효과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를 통한 행복 바이러스가 널리 퍼지다 보면, 우리 딸이 훌쩍 자라있을 10년 뒤 쯤에는 우리 사회가 한결 따뜻한 사회가 되어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본다. 원문보기 :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008/h2010082721021181920.htm |
이전글 | [한국일보] 막대한 총리 '거래비용'/김상회(정치외교학과) 교수 |
---|---|
다음글 | [경향신문-경제와 세상]교육문제의 반은 경제문제다/조원희(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