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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도심에 우뚝 솟은 저 9층탑은 무엇인고/김개천(실내디자인학과) 교수

           

황룡사 9층탑이 되돌아오기라도 한 걸까. 서울 시내 한복판에 거대한 탑이 솟았다. 기와지붕 9층탑에 7층 기와지붕 건물이 한몸을 이루는 현대판 한옥 빌딩이 목동에 들어섰다. 다음달 개관을 앞둔 조계종 목동 국제선센터다.
국제선센터는 국내 최초의 도심 템플스테이 빌딩이다. 한국을 단기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산속 전통사찰까지 가지 않고도 명상 수련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곳이자, 고층 빌딩 형식의 새로운 도심형 사찰이기도 하다. 설악산 만해마을, 전남 담양 정토사 무량수전 등 시멘트로 현대식 불교 건축물을 설계해온 건축가 김개천 국민대 교수의 작품이다.

김 교수는 만해마을과 정토사 무량수전 등에서 극도로 정제된 조형미를 추구했던 것과 달리 국제선센터는 작정한 듯 콘크리트 한옥 빌딩을 시도했다. 얼핏 보면 법주사 팔상전 같은 유명 전통 건축물들을 본떠 콘크리트로 재현한 국립민속박물관 등 1970~80년대 한옥 재현 건물들을 연상시키거나 중국의 탑을 떠올리게 한다.

애초 현대식 6층 건물을 구상했던 김 교수가 기와집 디자인으로 바꾼 것은 “현대 건축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고 한다. “처음에 현대식 건물 설계안을 들고 가자 스님들이 아무 말씀들을 안 하세요. 문득 전통 형식으로 가면 왜 안 되나, 현대 건축은 그렇게 잘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옥 스타일로 다시 설계안을 가져갔더니 스님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수평 판들이 켜켜이 쌓이는 원래 안은 그래서 9층 한옥 탑으로 바뀌었다. 절의 상징인 탑을 좁은 터에서 절집과 따로 세우기 어려워 엘리베이터 공간을 외부로 뽑아 탑 모양으로 만들고 7층 건물과 이어지게 했다. 아래 기단부엔 상점 등이 들어서고, 2층에 대웅전이, 그리고 위로는 템플스테이 하는 내외국인들이 머무는 숙박 시설과 수련 공간이 배치됐다.

처음 보면 전통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자세히 보면 전통 디자인에선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들이 재미있다. 지붕 아래 기둥 위에 복잡하게 튀어나오는 전통 목조 장식은 모두 없앴고, 내부 창호의 살 무늬도 전통 세살이나 꽃살이 아니라 폭이 자유롭게 변한다. 검은 벽돌을 쌓는 모양도 벽돌이 하나씩 교차되는 전통 쌓기가 아니라 두개씩 묶어 쌓았다. 9층 탑은 층간 폭이 아래는 넓고 위가 좁아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거꾸로 위쪽 간격은 일정하고 맨 아래 1층 지붕과 2층 지붕 사이가 좁다.

과연 이게 한국적인가. 중국 건물처럼 보인다는 지적에 김 교수는 “한옥이 아닌 한옥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옛날 한옥이 아니라 이 시대 한옥이에요. 중국식이나 일본식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저는 잡종을 원하지 순종을 원하지 않아요. 이 건물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니라 현대를 전통으로 해석하려 한 겁니다.”

김 교수의 국제선센터는 한국 건축계가 염증을 내왔던 지난 세기 콘크리트 한옥 건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통의 현대화가 아니라 거꾸로 현대 도시에 맞는 사찰 형식을 표현했다는 점, 전통 디자인을 끝까지 밀어붙인 과감성이 두드러진다. 많은 이들에겐 낯설게 다가갈 이 논쟁적 건물에 대한 평가는 이제부터다.

원문보기 :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377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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