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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시론] `통큰치킨`과 골목상권/김종민(경제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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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형 유통업체가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를 시작한, 그리고 얼마 가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 `통큰치킨'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 중인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상인 및 재래시장의 대결적 국면에 관한 의미심장한 상징으로 남을 것 같다. 통큰치킨이 시장에 미친 파장은 우선 그 파격적인 가격에서 유래한다. 기존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격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의 가격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그간 자신이 지불한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것이었다는 생각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으며, 주변 영세 치킨점들은 대기업이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면서까지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장경제 하에서 사업자들은 자신의 상품 혹은 서비스의 가격을 자유롭게 결정한 권리를 지니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70년대 유통시장의 개방화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외국의 대형유통업체가 국내에서 퇴출당할 정도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의 경쟁력의 하나는 대량 구매를 통한 가격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통큰치킨의 충격적인 가격은 대형 유통업체의 가격 경쟁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유통업체가 비용절감의 노력을 통하여 실현한 낮은 소비자 가격을 비난한다면 이는 대형 유통업체의 존립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과도 같다. 그러나 대형 유통업체의 낮은 가격이 마냥 시장 경제의 성과인양 칭송받기에는 이르다. 우선 파격적인 낮은 가격이 경쟁 치킨점을 퇴출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손실마저 감수하는 가격이라면 이는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 (이러한 가격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하고, 그러한 행위를 부당염매라고 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규제의 대상이 된다.)만일 출혈을 감수하지 않는 낮은 가격이라면 경쟁 사업자들이 타격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는 시장 경제가 추구하는 경쟁의 결과라는 측면에서 그 자체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이번 통큰치킨이 중소 치킨점들이 주장하는대로 마진을 남길 수 없는 가격 그리고 롯데마트의 주장대로 손실을 보는 가격이 아니라면 도대체 왜 그러한 가격책정을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은 대형 유통업체가 수많은 상품을 거래하는 사업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미끼상품일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끼 상품이란 그 자체로 이윤을 남기려는 목적이 아닌 다른 상품의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유인책을 말한다. 즉 롯데마트는 통큰치킨을 팔아서 돈을 벌 목적이라기보다는 이의 구매를 위해 방문한 소비자들의 쇼핑을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미끼 상품은 비단 롯데마트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거의 매일 배달되는 전단지만 확인하여도 알 수 있듯이 규모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상점들이 제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과도한 경우가 아니라면 미끼 상품의 제공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어제는 배추가 오늘은 고등어가 미끼 상품이 되는 일반적인 현상과는 달리 롯데마트는 1년 내내 치킨을 시중가의 반값 이하에 판매하겠다고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비 일시적' 미끼 상품이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는 `국민간식' 프리이드 치킨이라는 점에 있는 듯하다. 아마 롯데마트는 무엇을 미끼 상품화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검토와 분석을 거쳤을 것이며, 통큰치킨 출시의 이면에는 기존 업계의 가격이 충분히 낮출 수 있는 수준이며, 소비자들의 예상 반응도 면밀하게 고려하였을 것이다.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상품 선택은 성공적이라고 평가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면대형 유통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영세 상인들의 주요 상권인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는 현상을 시장 경제에서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논리로 포장하여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게임이론 중에 최후통첩협상(ultimatum bargaining)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갑이 자신이 먹을 파이 조각을 먼저 선택하고 난 뒤 을이 남은 조각을 먹을지 아니면 파이 자체를 포기할 지를 선택하는 일종의 게임이다. 합리적 판단을 하는 경우라면 먼저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갑이 절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가지게 되어 대부분의 파이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남은 조각이 아무리 작더라도 이를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을은 갑이 선택하고 남는 조각이나마 간수하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적 예측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매우 다른 양상이 나타남을 보여주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있다. 학자들에 따르면 실제 상황에서 사람들의 행동은 이론적 예측과는 달리 갑과 을이 거의 대등하게 파이를 나누어가지는 행동을 보인다. 왜 이런 결과들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다수의 학자들은 일시적으로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챙기는 행위가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을 실험의 참여자들이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점에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즉 우월적 지위를 강요하여 일방적인 선택을 하기보다는 공생의 길을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이 옳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입증하는 많은 연구결과들도 승자독식 보다는 상생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웅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통큰치킨의 퇴장결정은 값싼 치킨을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선택권 제한으로 마무리된 사건으로 보기보다는 대형 유통업체와 군소 상인이 장기적 상생의 길을 모색한 것으로 보는 편이 옳다. 소비자들은 이번 사태로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 통큰치킨이 두려운 이유가 주변 상권의 잠식우려라기 보다는 프라이드 치킨의 가격에 거품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의 형성에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의문은 필자만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0121702012351697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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