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국경제]준법지원인制 문제많다/이호선(사법학전공)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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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지원인 제도를 둘러싸고 재계와 변호사업계 간의 신경전이 청와대의 개정 상법 안건 국무회의 상정 유보까지 흘러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마뜩찮게 변호사 집단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또 하나의 제 밥그릇 챙기기 아니냐고 지적한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법으로 정해 달라고 로스쿨 재학생들이 집단으로 과천 청사 앞에 몰려와 아우성치는가 싶더니,지난달에는 법무부의 '로스쿨 검사' 방침에 반발한 사법연수생들이 집단으로 입소식에 불참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사회 문제 해결의 중심에 서야 할 법조계가 사뭇 문제의 발원지가 된 느낌이다.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은 변호사 수요에 대한 합리적 예측없이 공급 확대에만 주력해 온 사법정책에 있다. 준법지원인 의무 채용을 둘러싼 논란의 원인은 변호사 공급확대만이 전가의 보도인 양 밀어붙인 단견과 얼마 후면 한 해에 2000명씩 쏟아져 나올 로스쿨 졸업자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절박함이 한데 어우러진 충분히 예견됐던 결과다. 포화상태에 이른 변호사 시장에 숨통을 터주려면 무엇이 됐건 대책이 있어야 할 판에 그 불똥이 애꿎게 상장회사들로 튄 것이다. 로스쿨 졸업생과 사법연수원 수료생들 중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수천명이 실업자가 돼 거리에 나선다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수요에 따라 결정돼야 할 변호사 공급을 심도있는 객관적 분석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놓고,이 공급에 맞춰 수요를 창출해 보겠다는 생각은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 밸브 입구만 어떻게든 틀어막아 물이 안 나오도록 해 보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준법지원인 제도가 아무런 의미가 없거나 단지 변호사의 밥그릇을 위한 역할을 할 뿐이라는 말은 아니다. 국내 굴지의 모 그룹 회장이 말한 대로 열심히 일해서 팔아 보았자 법률 위험 관리를 잘못하면 그 모든 것이 허사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지금의 기업환경이다. 공정거래법이나 적대적 인수 · 합병,각종 특허 분쟁 등 대외적 법률 위험뿐 아니라,자칫 모럴 해저드를 넘어 불법에도 이를 수 있는 기업의 내부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법률 파수꾼의 기능은 필요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는 준법지원인이 각종 소송의 경험이 있어야 하고,기업 경영의 전반적 분위기도 잘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한다. 야전 경험 없이 효과적인 예방 법률가로서의 역할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상법 개정과정에서 이런 점까지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또 하나 이 제도와 관련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런 식의 인위적 수요 창출은 시장에서 착시 현상을 가져오고,잘못된 정책에 대한 반성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일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는 점이다. 준법지원인 제도가 갖는 긍정적인 면을 감안하더라도 지금은 생각없이 내질렀던 정책들이 공동체의 총비용 증가로 나타나고, 그 부담이 기업에 분산돼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정 상법은 통과됐지만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중복 · 과잉규제의 소지를 없애고 당초 취지가 충분히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준법지원인이 될 변호사를 일정한 경력자로 하고 그런 경력이 충분치 못한 변호사들에게는 변호사 단체에서 관련 업무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교육 훈련 서비스 제공 방안을 넣을 필요가 있다. 또 지금 상법을 비롯해 상장회사를 규율하고 있는 각종 법령 상의 상근 감사,준법감시인,감사위원회,그리고 사외이사를 포함해 이사회 내에서
일정한 숫자 이상이 변호사인 경우엔 준법지원인 채용 의무를 면제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령을 통해 많은 부분이 걸러지고
보완돼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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