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헤럴드경제]융합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이은형(경영학전공) 교수

 

융합과 창의의 중요성

모든 분야에서 공감대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실패 인정 등 선행필요

 


얼마 전 서울대에서 열린 미래와 융합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 참석해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주제는 ‘전문가의 불리함에 대해 재론함’으로 서울대 자연대 홍성욱 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인터넷 검색 포털사이트에서 자신과의 ‘연관검색어’로 ‘잡종’ 또는 ‘하이브리드’가 뜬다는 농담으로 발표를 시작한 홍 교수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과학사의 ‘역사적 발전’이 오히려 ‘비전문성’에 의해 촉진됐음을 밝혔다.

예를 들면 전화를 발명함으로써 역사를 바꾼 벨의 경우다. 한 번에 여러 개의 메시지를 주고받는 다중 전신을 발명하려다가 전화의 발명에 이르게 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과 엘리사 그레이의 경로를 분석한 하운셀에 따르면, 당시 미국 최고의 전신 전문가였던 그레이가 농아학교 교사를 하던 벨에 비해서 전화를 발명하는 데 있어서 오히려 불리했다는 것이다. 전신 전문가 그레이의 목적은 다중 전신을 발명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목소리를 전달하는 기계를 만들었지만 이것의 중요성을 간파하지도 못했고 이에 집착하지도 않았다는 것. 반면에 벨은 전신에 대해 그레이보다 전문성이 떨어졌지만 농아학교 교사로서 목소리의 전달과 청취에 원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역시 다중 전신을 발명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었지만, 목소리를 전달하는 기계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벨은 전화에 대한 부분을 다중 전신의 특허에 포함시켰고, 궁극적으로는 효과적으로 목소리를 전달하는 전화의 원형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전신 전문가 그레이는 ‘전신’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전화’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밖에도 플레밍의 2극진공관, 마르코니의 무선전신,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이르기까지 이미 존재하고 있던 다른 분야의 기술이나 원리를 적용함으로써 획기적인 발명 또는 발전에 성공한 사례를 들고 있다. 홍 교수는 이런 사례를 통해 무엇이 이런 위대한 발전을 가능하게 했는지를 분석하려고 노력했다. 한마디로 축약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융합’이었다. ‘전문가가 불리하다는 측면’보다는 ‘자신의 전문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오는 융합’이 더 중요함을 보여줬다. 특히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어려운 문제’일수록 ‘융합’의 필요성이 더 컸다. 그런데 낯선 분야의 기술이나 지식을 낯익은 자신의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실패나 실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즉 수많은 실패와 실수를 딛고서야 비로소 획기적인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내가 경영과 연관 지어 절감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기업 경영에서도 ‘융합적 문제해결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 다들 아는데, 실제로 ‘융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국민대 창조경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기업에서 ‘창의성’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장려하는 등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인의 창의성이 실제로 문제해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스템 및 문화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즉 ‘실수나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 ‘창의적 문제해결에 대한 인센티브 시스템’,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해결의 과정을 중시하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 등에서는 점수가 가장 낮았다. 우리나라 기업의 특성상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생각이 들지만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삼성은 이제 1등을 쫓아가는 ‘추격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을 확실하게 이기는 삼성의 모습을 기대하려면 ‘융합’이라는 도약이 필요하다.

원문 보기 : http://biz.heraldm.com/common/Detail.jsp?newsMLId=201107150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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