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조선일보]알아서 길 찾고 요리도 척척 로봇, 클라우드 세상을 열다/정구민(전자공학전공)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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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근래 IT제품 가운데 최대 성공작으로 뜬 핵심 비결 중 하나는 외부의 서버 컴퓨터를 이용한 '클라우드 서비스'다. 스마트폰은 손바닥 남짓한 작은 크기이기 때문에 중앙처리장치(CPU)와 같은 연산장치를 집어넣을 수 없고, 기억 장치도 아주 소량만 들어간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외부의 대형 서버 컴퓨터가 데이터저장·연산 작업을 벌인 후 이를 다시 스마트폰에 전달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능을 도입한 것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열어보는 이메일도 외부 서버에 저장된 것을 내려받아 보는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최근 또다른 첨단 기술인 로봇과 결합해 진화 중이다. 미국 구글사가 투자한 로봇 전문회사 윌로 개러지 주도로 작년 5월 '클라우드 로보틱스'가 처음 등장한 후, 미국 MIT와 독일 뮌헨 공대, 미국 벡스로보틱스·아이로봇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연구실과 전문 기업 등 20곳이 클라우드 로봇 시스템 개발에 뛰어들었다. 클라우드 로보틱스는 기존 로봇과 달리 두뇌와 몸통을 완전 분리했다. 즉, 로봇의 중앙처리장치와 같은 두뇌는 인터넷에 연결된 클라우드 서버 안에 있고, 로봇은 이로부터 명령을 받아 수행만 한다. 클라우드 로보틱스는 세 가지 측면에서 매우 혁신적이고 위협적이다. 먼저 클라우드 로보틱스의 엄청난 확장성이다. 구글 등은 로봇을 자동차·가전 등 모든 분야에 응용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전자레인지는 인터넷에서 각종 요리 레시피를 내려받아 스스로 요리를 하고, 자동차는 인터넷 지도를 보고 스스로 차량 정체가 없는 최단 거리 길을 찾아가는 식이다. 자동차나 산업용 기계 등 전통적인 기계 산업이 소프트웨어나 플랫폼위주의 산업으로 변해 가는 과정에서 클라우드 로보틱스는 상상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두 번째로 구글사의 경우, 이미 'ROS (Robot Operating System)'란 로봇 운영체제(OS)까지 내놓았다. 이 OS는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OS와 마찬가지로 구글의 클라우드 서버와 연결돼 동작한다. 기존의 로봇 OS는 사물을 알아보고,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길을 찾는 등 기능을 모두 로봇의 한정된 CPU로 처리해야 했지만, 이 OS는 스스로 인터넷을 검색해 문제를 해결한다. 마지막으로 클라우드 로보틱스 개념은 당장 실현될 가능성이 무척 농후하다는 사실이다. 클라우드 로보틱스 실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을 인터넷에서 처리하고, 무엇을 로봇에서 처리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로봇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인터넷에 연결해 클라우드로 처리하다 보면 네트워크의 지연에 따라 처리 결과가 엉망이 될 수 있다. 인터넷 동영상에 버퍼링이 걸리면서 화면이 깨지는 것처럼 로봇의 폭주가 발생할 수도 있다. 구글은 이 난제를 추상적인 명령어만 클라우드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전방 10도를 향해 모터를 300바퀴 돌려 1m 이동하라'는 구체적인 명령을 주는 게 아니라, '책상 앞까지 이동'과 같이 개괄적인 명령을 주는 것이다. 나머지는 로봇 안에 깔린 프로그램이 알아서 물체를 파악하고 방향을 정해 이동하는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의 앱(응용 프로그램)과 비슷한 방식이다. 기능 자체는 스마트폰(로봇)에 미리 설치해두고, 거기에 대한 작동 명령(큐 사인)만 인터넷 서버에서 주는 것이다. 로봇에 없는 기능은 얼마든지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쓸 수 있다는 점도 스마트폰과 흡사하다. 우리는 이런 움직임을 공상과학영화에서 보던 것들이 현실화한다는 '희망적인 미래' 정도로 즐길 수만 없다. 한국의 IT기업들은 물론 로봇 제작사와 현대중공업 등에게 구글의 흐름에 동참하든가, 또는 독자적인 자체 기술 개발에 매진할 것인가 가운데 선택해야 할 시점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경고 신호'인 탓이다. 물론 기술 진화를 위한 시간은 아직 적잖게 남아 있다. 국내 기술로 선보인 로봇 플랫폼(OPRoS)이나 삼성전자의 '바다' 등 국내 로봇 플랫폼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절실하다. 원문보기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2/17/2012021701288.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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