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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돌아온 푸틴호’ 순항할까/장덕준(러시아학전공) 교수

지난 4년간 ‘상왕(上王)’과 다름없는 실세 총리로 러시아 정국을 지배해 오던 블라디미르 푸틴이 마침내 크렘린에 재입성하게 됐다.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이 승리해 5월부터 6년 임기의 대통령직에 복귀한다. 푸틴의 당선은 오래전부터 기정사실화돼 왔기에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

국민의 민주화 요구 이젠 외면못해

작년 12월 총선 부정선거 규탄시위 이래 본격화한 푸틴에 대한 비판여론과 반대시위에도 그의 크렘린 복귀가 무난히 실현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이렇다 할 대안세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둘째, 푸틴 진영은 시민사회 세력에 의한 반푸틴 시위에 강경대응을 자제한 채 부정부패 척결, 노동자 및 공무원들의 임금과 퇴직자들의 연금 인상을 발표하고 러시아의 현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미래지향적 이슈를 선점했던 것이다. 셋째, 푸틴은 러시아 전통을 강조함으로써 시민들의 민족주의적 정서를 자극했으며 반정부 시위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함으로써 시위대의 명분을 퇴색시키는 한편 국민의 단결과 자신의 복귀에 대한 정당성을 이끌어 내려고 했다. 넷째, 1990년대 사회적 혼란기의 상흔이 남아 있는 다수 시민들은 급격한 변화보다 안정을 원했고 강력한 지도자 푸틴을 선택했다.

그러나 푸틴의 제3기는 집권 1, 2기와는 사뭇 다른 도전과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그가 상당히 달라진 정치적인 환경 속에서 러시아를 이끌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으로서 8년, 실세 총리로서 4년간 러시아를 이끌어오면서 그는 다소 권위주의적인 통치방식을 통해 정치 안정을 유지하면서 인상적인 경제적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그런 경제적 성공 덕분에 성장한 중산층은 이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치적 민주주의와 부패 척결을 부르짖으며 그의 복귀를 반대하고 있다. 이런 반대세력이 당장에 푸틴 정권의 위기를 불러오지는 않겠지만 푸틴 3기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는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둘째, 그의 복귀 명분이 안정되고 강한 러시아의 실현에 있는 만큼 경제 발전이 가장 중요한 국정목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푸틴 정권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대통령이 주력해온 현대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이끌고 나갈 것이 확실시된다. 석유 및 천연가스에 치우쳐 있는 산업구조를 바이오기술, 신소재, 정보기술, 나노기술 등으로 다각화할 뿐만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러시아경제의 세계경제 편입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이를 위해 푸틴은 대외적으로는 실용외교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및 유럽과는 경제, 과학기술 측면에서 실용적인 협력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정치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대립각을 세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옛 소련 국가들과의 경제통합을 서두르는 한편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 대해서는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 성과에 성공 달려있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저항을 안고 출범하는 푸틴 3기의 성공 여부는 경제적 성과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리 간단치 않은 과제다.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경제의 침체는 에너지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경제에도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산업 다각화와 현대화를 위해서는 투자 환경 개선이 절대적이다. 측근세력과 관료들의 부패 및 비리 척결과 함께 행정규제 완화, 법제도의 합리성 및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 이것은 국가 개입 대신 시장경제 원칙과 사회의 민주화를 전제로 한다. 푸틴의 크렘린 귀환이 시대적 변화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문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120306/445696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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