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조선일보]北 판단력 약화 보여준 '광명성 3호 발사' 선언/안드레이 란코프(교양과정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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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론 국민에 과시, 국제 사회엔 압력… '위성 발사'는 일거양득 언론은 북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북한 정책의 '불합리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25년 동안 북한을 전공해온 필자는 이런 평가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 현대세계에서 북한 지도층만큼 정치경향을 냉정하게 분석하면서 자신의 이익에 맞게 세계정세를 이용하고 조종할 수 있는 엘리트들은 드물다. 북한의 정책이 가끔 비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국가 발전과 경제성장보다 현 체제의 유지를 최고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례 없는 3대 세습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련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층이 아직까지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 정권 나름대로의 '합리성'을 잘 보여 준다. 그런 북한 정권도 가끔 잘못된 판단을 하는 적이 있는데, 특히 2008년 김정일의 건강 이상 증후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많은 오류를 범해 왔다. 최근 광명성 3호 발사 선언도 그런 실례의 하나이다. 광명성 3호 발사는 그 선언이 갑작스럽거나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몇 개월 전부터 김일성 100회 생일 때 북한이 위성발사를 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왜냐하면 특정 계기에 위성을 발사하는 것은 정권의 견고성과 지속성, 위대함을 북한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며 미국을 비롯한 외국들에는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압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즉 북한으로서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인 셈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북한은 미국에 압력을 더 가할 필요가 없다. 지난 2월 29일 북한은 우라늄 농축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겠다는 조건으로 미국으로부터 24만t의 식량지원을 받는 합의를 이루었다. 이 합의는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중요한 외교 성공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북한 측의 위성발사는 명백한 합의위반이다. 북한이 아무리 미사일 발사가 아닌 위성 발사라고 주장해도 위성과 미사일의 발사 추진체는 기술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은 중학생도 아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제 미국의 식량지원은 불가능하다. 16일 만에 합의를 깨는 북한의 행위는 북한과의 회담은 자원과 시간 낭비일 뿐 더 이상의 기대나 효과를 볼 수 없다는 미국 강경파의 주장을 더 강화시킬 뿐이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결국에는 24만t의 식량지원을 받지 못함은 물론이고 앞으로 몇 년 동안 미국과의 타협이나 지원 획득도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북한의 장기이익과 모순되는 결과이다. 물론 북한 측 입장에서는 위성 발사를 꼭 해야 할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가 국내 정치 때문에 발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면 북·미 회담의 기간을 광명성 3호 발사 이후로 조정할 수도 있었다. 그럴 경우도 위성발사가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일으키는 것은 명백하지만 미국은 올해 여름쯤 회담을 시작하고 우라늄 농축 중단 등을 조건으로 지원을 제공했을 것이다. 만약 김정일이 살아 있었다면 이러한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김정일이 사망한 지금의 북한이 합의를 위반하면서까지 위성 발사를 강행하려는 목적에 대해서 두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우선 내부 엘리트들의 심각한 갈등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으며, 다른 하나는 미국의 국내정치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두 가지를 종합하자면 이번에 원인으로 판단되는 것은 '관료적 비능률'이 아닐까 싶다. 위성 발사 준비도, 미국과의 회담 준비도 김정일 생전에 시작되었다. 만약 김정일이 죽지 않았더라면 위성 발사와 미북 회담을 병행하여 북한의 이익을 중점으로 진행했을 것이다. 지금 상태로 보아 김정은 정권은 어떤 것에 대해 합리적으로 자기들의 이익에 부합되게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약화된 것이 아닐까 싶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4/01/2012040101574.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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