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매일경제][테마진단] 생산성과 복지 `두 토끼` 잡으려면 / 유지수 총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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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연장근로시간 제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연장근로시간으로 피해 대상이 되는 대부분 기업은 조립공정을 두고 있다. 특히 현대ㆍ기아차는 문제가 크다. 현대ㆍ기아차는 그동안 경이적인 성장을 해왔고 그 와중에 근로시간이 증가한 것이 사실이다. 노동자 복지를 생각하면 근로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근로시간이 증가한 것은 복지 측면에서 역주행한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걱정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연장근로시간을 정해진 대로 주당 12시간으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의도는 고용 창출이다. 현대ㆍ기아차처럼 잘나가는 기업이 고용을 증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정책을 현실과 맞추어 보면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근로시간을 `양(量)`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생산성이다. 도요타는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불과 27.1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현대차는 31.1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근로시간만 길지 실제 생산량은 적은 것이다. 혹자는 이런 분석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생산라인 생산성은 모델 종류와 설비자동화 등에 따라 차이가 나므로 대당 노동투입 시간만 갖고 분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맞는 이야기다. 그래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현대ㆍ기아차 국내 공장과 국외 공장을 비교해야 한다. 현대ㆍ기아차 국내외 공장은 작업환경이 유사하다. 그런데 국외 공장은 거의 모두 작업편성률이 90%를 넘는다. 일일 생산목표량 달성에 90명이 필요하다면 100명이 근무한다. 예비인력을 10명 정도 갖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 공장은 60%를 밑돈다. 60명이면 되는 일을 100명이 하고 있다. 노동시간만 길 뿐이지 실제 업무 강도는 경쟁사에 비해 떨어지고 필요 이상으로 많은 인원이 생산현장에 투입돼 있다. 이런 현실을 정부가 애써 외면하는 것 같다. 무조건 기업에 당장 노동시간을 줄이고 즉각 고용을 창출하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노사 관계는 힘의 균형이 깨진 지 오래다. 노조 힘이 사측을 압도하고 있다. 정부가 노사 관계에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정부는 생산성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성장도 하고 고용도 창출된다. 정부가 복지만 챙기면 기업은 결국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정부 압박으로 기업이 고용을 늘려도 오래갈 수가 없다. 고용 창출은 산업수요가 있는 곳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중국은 지난 십수 년간 세계의 공장을 진공청소기처럼 흡수했다. 이제 중국도 임금이 오르고 있다. 자동화가 필요한 국가가 됐다. 세계의 거대한 공장이 자동화를 할 때 발생할 수요를 상상해 보라. 앞으로 자동화 기계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 것이다. 정부는 바로 이런 성장 산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단기 성과주의에 집착해 국민에게 당장 무엇인가를 보여주려는 정책은 실패한다. 경제에 관한 한 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는 것이다.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은 시간을 요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행돼야 한다. 경쟁력 제고, 노동자 복지 향상 모두 마찬가지다. 기업 생태계가 더욱 강해지도록 정부가 진화를 유도해야 한다. 당장 급하게 노동시간 단축 혹은 고용 창출을 기업에 압박하면 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 생산성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생태계가 살 수 있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일이기에 정부의 현명한 선택과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이다. 원문보기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2698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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