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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누구나 언젠가는 고혈압 마주치게 돼”… 운동으로 혈관 이완시켜야 장수 대열에 / 이대택(체육학부) 교수

밖에 나가 운동할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그렇다고 꼼짝하지 않고 실내에만 있는 것은 답답하다. 이미 이상이 생긴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나 건강관리 차원에서 운동을 해야만 하는 사람에게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은 더욱 답답하게 느껴진다.

운동은 몸에서 열이 나게 만든다. 운동할 때 발생한 열은 체온이 올라가게 한다. 그로 인해 땀이 나는데, 더울 때는 열 발생과 체온 상승, 땀 배출의 사이클이 한층 빨라지게 된다. 이 때문에 여름 무더위 속에서 운동을 하면 탈수 현상이 쉽게 오고, 운동하는 사람이 더 빠르게 지친다. 더위 속 운동이 힘든 이유다.

그런데 덥다고 해서 운동을 멈출 수는 없다. 특히 치료와 건강관리 차원에서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하는 고혈압 환자들은 더더욱 그렇다. 여름이라고 해서 운동을 쉬었다가는 병세가 악화되거나 자칫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고혈압 환자의 여름 운동을 방해하는 더위는 운동과 사이좋게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또 고혈압 환자는 운동을 힘겹게 만드는 무더위 속에서 어떻게 운동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 정상인이라도 ‘예비 환자’다

고혈압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다만 몇 살에 이 증상을 겪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정상 혈압을 자랑하는 50대 중반의 사람이 남은 인생에서 고혈압에 걸릴 확률은 90%가 넘는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혈압 환자거나 예비 고혈압 환자라고 분류된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다.

연령대가 높은 사람에게 고혈압이 더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혈관이 점점 탄력을 잃기 때문이다. 탄력을 잃은 혈관은 혈압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만약 혈관이 갓 만들어진 고무줄처럼 다시 팽팽한 상태로 돌아간다면 혈압도 정상 범위에서 조절이 될 것이다. 하지만 탄성을 잃은 혈관은 다시 탄탄해지지 않는다.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말이다.

그렇지만 운동은 ‘다른 방식’으로 혈압 조절이 잘되게 만들어준다. 운동은 탄성을 잃고 딱딱해진 혈관이 느슨해지게(이완되게) 해 준다. 운동 중에 이완된 혈관은 운동을 한 후에도 한동안 그 상태로 유지된다. 이렇게 되면 심장에서 높은 압력으로 피를 뿜어 주지 않아도 돼 혈압이 떨어진다. 그래서 운동은 고혈압을 관리하고 치료하는 필수적인 방법으로 추천된다.

○ 가볍게라도 매일 운동해야 ‘혈압 강하 효과’

고혈압 관리의 최고 방법은 약을 먹는 것이다. 현재 유통되는 수십 종류의 약은 대부분 혈압을 떨어뜨리고 유지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약이 있는데 굳이 운동을 해야 할까. 운동은 약이 할 수 없는 두 가지 중요한 구실을 한다.

첫째는 운동이 끝나고 난 뒤 혈압이 낮아지는 ‘운동 후 강하 효과’다. 앞서 설명했듯이 운동을 하면 혈관이 이완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낮아진 혈압은 적게는 수십 분에서 많게는 수 시간 동안 유지되기도 한다. 그래서 고혈압 환자는 운동을 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고혈압을 더 잘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운동 후 강하 효과를 꾸준히 얻으려면 힘든 운동을 격일로 하기보다 가벼운 운동을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하는 게 좋다.

운동이 약보다 고혈압에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예방에 있다. 고혈압 약을 예방 차원에서 먹을 수는 없지만 운동은 예방 차원에서 할 수 있다. 평소에 활동적이거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서 고혈압이 더 늦게 발생한다는 사실은 운동이 고혈압에 탁월한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모든 사람이 고혈압 증상을 겪고 있거나 언젠가 겪게 될 것이라고 보면 발생 시기를 늦추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 고혈압 환자의 여름철 운동 팁

이런 이유로 고혈압 환자는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시원한 실내에서 안락하게만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더운 여름에 운동은 어떻게 할 것인가. 몇 가지 팁을 제안한다.

먼저 가벼운 유산소운동을 권한다. 걷기나 가벼운 조깅이 좋다. 그래야 운동 후 강하 효과가 꾸준히, 제대로 나타난다. 단, 짧은 시간에 체온이 오르거나 많은 양의 땀을 흘리게 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둘째, 땀을 흘리고 에너지가 소진된 후엔 제철 채소와 과일을 섭취해 반드시 영양소를 보충해야 한다. 땀을 흘리면 적지 않은 양의 전해질과 미네랄이 배출되는데 이를 보충하기에는 채소와 과일만 한 것이 없다. 특히 고혈압환자는 나트륨의 섭취에 민감하기 때문에 나트륨이 거의 없는 채소와 과일을 먹는 게 좋다.

셋째, 물을 최대한 많이 마셔야 한다. 탈수는 인체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다. 땀이 많이 나는 여름날 운동을 한 뒤에는 항상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매일 운동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따로 시간을 내거나 많은 돈을 들여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돈을 들이고 억지로 시간을 내는 것도 스트레스여서 고혈압 환자에게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운동은 고혈압 환자, 또는 고혈압 예비 환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거리를 걷거나, 날씨 좋은 날 점심을 먹은 뒤 산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에 활력이 생긴다.

지난 5개월간 몇 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했지만 시종 전하고 싶었던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라는 메시지였다. 운동에만 집착한 나머지 제대로 음식을 섭취하지 않거나 남과 비교해 가며 체력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운동으로 스트레스 받는 어리석은 일을 피해야 한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몸을 움직이되 최대한 부지런해지는 것이 바로 운동이고 건강을 지키는 최상의 방법이다. 항상 움직이는 독자들이 되시길 기원한다.

원문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120713/47758502/1

출처 : 동아일보 기사보도 2012.07.1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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