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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휴보가 춤을 춘다고? / 조백규(기계시스템공학전공) 교수
영화 ‘아이로봇’에서 로봇은 주방 일을 하고 사람이 시키는 심부름을 한다. 청소, 빨래, 요리를 하는 가사도우미 역할부터 쓰레기를 버리고 무거운 짐을 옮기는 일을 하는 로봇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보도된 ‘춤추는 휴보’는 로봇 연구의 훌륭한 성과물이다.

‘인간형 로봇’ 개발에 큰진전 신호

휴보는 KAIST의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이름이다. 로봇의 움직임을 인간과 닮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 휴보의 개발 목표다. 필자는 2002년부터 7년간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에서 휴보 연구에 참여했다. 20대의 대부분을 휴보와 함께 보낸 셈이다.

2005년 120cm의 키, 50여 kg의 몸무게, 그리고 41개의 관절을 가진 ‘휴보’가 탄생했다. 당시 휴보의 특징은 한 시간에 1.8km의 속도로 걷는 것이었다. 이 시기와 맞물려 로봇의 ‘달리기’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2009년 발표된 ‘휴보 2’는 한 시간에 3.6km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로봇이었다. 물론 이 속도는 사람이 걷는 것보다도 느렸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성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제어에 대한 새로운 알고리즘 개발로 큰 의미가 있다.

연구를 하면서 수도 없는 난관에 부닥쳤다. ‘휴보 2’의 개발 당시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서 실험이 이뤄졌는데, 로봇은 실험 중 넘어지기 일쑤였다. 몸무게가 40여 kg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실험 로봇이 균형을 잃고 쓰러지면 연구진의 안전을 위협하는 무기로 돌변할 수 있었다. 더욱이 땅으로 곤두박질치면 로봇의 파손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현재 휴보의 가격이 5억 원 정도라는 점을 참고하면 금전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연구원 3명이 오직 로봇의 ‘안전’을 위해 실험에 투입됐다. 넘어지는 로봇을 붙잡기 위해 세 연구원은 온갖 멍과 상처에 시달려야 했다. 연구 성과가 발표됐을 때 결과만 조명을 받았지만 연구 뒤에 숨겨진 개발자들의 갖은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최근 ‘춤추는 휴보’가 발표됐다. 이 소식은 필자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로봇이 춤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 ‘휴보의 춤’은 로봇이 상체는 상체대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다리는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기술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생각해 보면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상체만 움직이는 상황은 거의 없다. 상체는 가만히 있으면서 하체를 움직여 이동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이동할 때는 상체와 하체를 동시에 움직이게 된다. 결국 ‘춤추는 휴보’의 연구 성과는 미래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라는 연구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람과 좀더 많이 닮은 모습이 된 것이다.

로봇과 함께하는 미래사회 기대

휴보가 그려 보이는 미래는 ‘아이로봇’의 단순노동뿐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원전 내부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들어가 구체적인 작업을 행할 수 있다. 우주 탐사의 경우 탑승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유인우주선 대신 로봇우주선을 보낸다면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많은 과제가 있다. 로봇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야 하고 동력이 되는 모터 사이즈도 줄여야 한다. 걷고 뛰는 속도가 빠른 일본 로봇, 동적 보행이 자연스럽고 보폭이 훨씬 넓은 미국 로봇을 넘어서야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연구를 통해 한층 질 높은 인간의 삶에 기여하는 로봇의 모습을, 인간과 로봇이 함께하는 미래 사회를 더욱 선명하게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원문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120716/47812122/1

출처 : 동아일보 기사보도 2012.07.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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