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동아일보]대기업-고소득층 증세/조원희(경제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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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는 세계적으로 그리고 한국경제의 사정을 살펴보아도 바람직한 선택이다. 그동안 신자유주의 감세정책의 혜택이 부자들과 기업에 집중되었으므로 이제부터는 부자들과 기업들로부터 우선적으로 세금을 걷는 이른바 ‘부자 증세’로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현재 진행 중인 세계경제위기의 뿌리는 부동산 거품 붕괴와 그것이 남긴 민간의 과다채무이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면할 수 없는 이유는 민간과 정부의 재무상태가 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친부자, 친기업 편향 정책으로 소득분배가 악화될 대로 악화되어 하층민의 소비여력은 바닥났고 중산층은 빚으로 인해 소비여력이 없는 상태이다. 기업도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모든 경제주체가 지속적으로 지출을 줄여 경제규모가 계속 쪼그라드는 디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 바람직한 새로운 성장의 방식은 더이상 금융과 부동산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과 지출이 늘어 기업도 투자를 늘리는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구조를 갖추는 데 있다. 그러면 이 일을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바로 국가부채를 핑계로 정부지출을 줄이는 이른바 긴축(austerity)을 멈추고 부자 증세에 이어 과감한 확장재정 기조로 가는 것이다. 소비성 복지지출로 일부 분배를 개선하는 것도 해야 하지만 성장친화적인 정책, 기업투자촉진적인 정부사업으로 디플레 위험을 막으면서 전체 경제시스템을 금융주도 경제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국경제는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대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대기업의 중소기업 쥐어짜기, 정부의 고환율정책 등에 따라 대기업 위주로 수출이 워낙 잘되어 이러한 세계적 조류에서 비켜나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유럽경제 위기와 미국, 중국 경제의 무기력에 직면하여 수출주도 성장도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성장이 정체하고 부동산 시장 불황이 장기화하자 그동안 잠재된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 직전에 와 있다. 이제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한국은 신성장체제를 구축하는 데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약 9%포인트 낮은 복지후진국이다. 따라서 한국은 경제위기 국면에서 대대적인 증세와 복지지출 증대로 복지국가를 구축할 뿐 아니라 경제위기의 파고도 넘는 일거양득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38%에서 조만간 40%까지 끌어올리고 주로 중상층에 돌아가는 소득세 감면혜택은 줄여나가야 한다. 중상층에 대한 공공복지가 거의 없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각종 소득세 감면혜택(2010년 기준 총소득대비 공제율 21.7%)을 주고 있는데 그 결과 미국의 명목 소득세율은 세계적으로도 높지만 실효세율은 15.3%로 형편없이 낮다. 우리나라의 소득세는 공제율이 45.3%에 달하고 실효세율은 4.1%에 불과하다. 그 혜택이 중상위 소득계층에 집중된다. 금융소득 분리과세도 세율을 현행 14%에서 더 높이거나 종합과세 해야 한다.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법인세 감면혜택도 줄이고 세율도 세계적 추세에 맞추어 서서히 끌어올려야 한다. 부가가치세 같은 간접세도 증대 여지가 있으나 이는 보편 증세에 해당하므로 앞서 말한 대로 국민의 소득기반이 충실화된 뒤에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부자 증세와 탈루소득 포착률의 증대 등을 통해 마련되는 신규 재원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서민생활을 위해 투입되어야 한다. 보편복지의 정신에 따라 무상급식, 무상보육, 청년고용, 실업부조, 직업훈련, 기초노령연금 인상, 탁아소, 유치원 같은 공공 인프라 투자 등에 대대적으로 투입되어야 한다. 분배(복지)와 성장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북유럽, 예를 들어 스웨덴은 2008년 위기 이전에도 유럽에서 가장 경제성과가 높았을 뿐 아니라 위기 이후 대응능력에서도 최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우리가 앞장서서 이 길로 나아가야 한다.
원문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120810/4851524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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