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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수요가 늘고 돈 만들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그 부담을 전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정부로서는 가뜩이나
재정이 어려운 판에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복지사업은 일단 중앙정부가 사업을 던지면 어떤 이유로건 개별 지방정부는 주민의 관심과
요구가 큰 만큼 싫건 좋건, 또 재정 여건이 좋건 나쁘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0세에서
2세까지 영유아 무상보육사업이 좋은 예이다. 국회와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큰 재정적 부담을 초래하는 사업인데도 지방정부의 입장이나 형편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결정해 버렸다.
중앙 정치권과 정부가 이런저런 복지사업을 계속 만들어 내면서도 필요한 재원은 제대로 마련해주지
않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은 계속 늘어만 간다.
그 결과 대도시 자치구는 전체 예산 대비 복지예산 비율이 평균 40%를 넘고
있다. 서울 자치구들은 그나마 형편이 좋아 3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부산을 비롯한 다른 대도시 자치구들은 평균 50%를 넘고
있다. 광주시 일부 자치구는 한때 65%에 달했다.
많은 기초 지방정부들이 중앙 정치권과 중앙정부가 만든 복지사업
분담금(matching fund)을 감당하느라 자체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 바로 지방자치 자체가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재정을
걱정하는 학자나 실무자 또한 이러한 관행에 강한 우려를 제기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재정 부담을 합리화하는 준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법 제정을 통해 중앙정부의 관행을 규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1995년 미국 의회를 통과한 '예산 없는 의무사무의
개혁을 위한 법률(UMRA)'은 바로 이런 주장이 구체화한 좋은 예이다. 이 법은 주와 지방정부에 연간 5000만 달러 이상의 부담을 지울
가능성이 있는 사업은 주정부와 지방정부 수장이나 그들이 지정하는 관계자 등의 의견을 들어 반영하게 되어 있다.
이런 법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우리도 이런 법이나 유사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는가 고민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지출을 수반하는 사업은 최소한
지방정부의 입장을 제대로 듣고, 이를 반영하는 시늉이라도 하게 해야 한다.
중앙 정치권과 중앙정부가 자기 편의대로 사업을 결정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국가보조사업을 결정하거나 보조율을 정하는 문제도 법정기구인 지방자치단체장협의회나 지방의회의장협의회의 의견을 듣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행정안전부의 의견만 듣는 것은 자치와 분권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김병준= 경북 고령, 대구상고, 영남대 정치학, 델라웨어대 정치학 박사, 국민대 교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지방자치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교육인적자원부장관
원문보기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100&key=20120903.22002211851
출처 : 국제신문 기사보도 201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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