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MK뉴스] '기고' 제주 자연보전총회에 거는 기대 / 김은식(산림환경시스템학과) 교수

태풍 볼라벤과 덴빈의 질풍노도가 물러가고 풀벌레 소리 정겨운 계절이 다가온다. 태풍의 긴장감도, 그 어느 때보다 몽니처럼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삼라만상의 한결같은 섭리 앞에서는 어찌할 수 없었는지 시들고 말았다.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 등 과학적 개념 앞에 사람으로서 당연한 근심과 걱정이 앞서지만 위대한 회복력을 지닌 자연을 믿고 의지하기에 가을 벌레들 노래가 참 반갑다.

지난여름 런던올림픽 열기는 우리 국민 가슴에 또 다른 열기를 불어넣었다. 전 세계 한국인들에게 배달민족으로서 또 한 번 자긍심을 심어준 계기였다.

사실 한민족 반만년 역사상 오늘과 같은 자랑스러운 시절이 있었을까 싶다.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한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던 한국이 이제는 전 세계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세계 발전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세워 나가면서 지구촌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6일부터 인류의 자연보전 올림픽인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열린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환경부,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동 주최하는 이 총회에는 전 세계에서 자연보전 관련 각 분야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 국제기구 인사, 기업인, 언론인들이 참석한다. 공식적인 총회 개최를 앞두고 제주에서는 이미 자연환경올림픽을 미리 축하하기 위한 환경축전이 시작됐다.

WCC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게 된 것은 다양한 의미가 포함돼 있다. 이런 국제행사를 국내에서 개최함으로써 우리나라는 다양한 외교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이익과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연과 환경에 관한 국가정책 방향에 획기적인 전환의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총회 때까지 발의안을 한 건도 제안하지 못했던 우리나라가 이번 행사를 통해 국가 차원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더 나아가 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중요한 자연 보전 관련 의제를 20여 건이나 성공적으로 제안했다. 아울러 개최지인 서귀포시에 위치한 `하논 분화구` 복원 등 `제주형 의제`도 5건이나 냈다. WCC 개최를 계기로 환경 분야에서 한 단계 성숙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보전(保全)`은 우리에게 상당히 낯선 단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단어다. 우리나라 국가(國歌)인 애국가에서 가장 중심적인 단어가 바로 보전이기 때문이다. 애국가 후렴은 그것을 잘 보여 준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과 대한사람을 길이 보전하는 길이 애국하는 길이라고 우리는 소리 높여 부르고 있지 않은가.

이번 세계자연보전총회는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우선 개인적으로 우리가 보전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고 실천에 옮기는 기회로 다가온다. 사회나 기업, 단체들에는 이러한 보전을 하는 데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고, 그 실천 방향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실제로 실행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는 전 세계적으로 `보전에 앞장서는 한국인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보여 주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정책 전환의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은 세계를 이끌어 가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나가고 있다. 이제, 한국인은 애국가에 나오는 보전의 의미를 실제적으로 만들어 내고, 그렇게 만들어 낸 것을 세계에 수출해 나가는, 그러한 `보전인 또는 보전 수출인`들로 그 모습을 세계에 알려야 할 때다. 이번 총회를 통해 세계의 자연보전 정책이 다시 한 번 큰 걸음을 내딛기를 기대한다.

원문보기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564076

출처 : MK뉴스 기사보도 2012.09.0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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