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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본부를 두고 있는 비정부기구인 국제투명성기구(TI)는 해마다 세계 각국의 부패인식지수(CPI)를 10점 만점으로 평가된 점수와 순위로 발표를 한다. 지난해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5.4점)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홍콩이나 일본보다 낮게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은 그런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남미의
칠레(7.2), 우루과이(7.0) 또는 아프리카의 보츠와나(6.1)보다 저평가됐다는 사실을 알면 누구나 적잖은 충격을 받게
된다.
그동안 언론에 이따금 보도된 대로 대한민국은 2005년에 처음으로 5점대로 진입한 후 몇 년 간 상승하면서 2008년에는
5.6점의 정점까지 기록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계속 하강 내지 정체 경향을 보이다가 지난해에는 평가 대상 183개국 중 43위로, 수
년 전까지 비슷한 수준이던 대만(6.1점, 32위)보다도 몇 단계 아래로 뒤처지고 말았다.
물론 부패인식지수는 정부의 노력으로
일시에 평가점수나 순위가 상승하는 경우가 드물다고는 보지만, 올해 평가 결과가 발표될 시점도 이제 가까이 다가왔으므로 우리나라 반부패 정책의
문제점이 과연 무엇인지를 냉철히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한 나라의 반부패 정책은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의 의지와 결단,
그리고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수범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 영국의 총리를 지낸 윌리엄 글래드스턴이 ‘부패는 국가를
몰락으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라고 지적한 바도 있지만, 부패는 국가경쟁력과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근원이라고 할 만하므로 부패의 소지를
차단하는 각종 제도 개선과 함께 공직윤리의 철저한 준수와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은 행정부 수을 포함한 정치지도자들의 솔선수범(率先垂範) 없이 그러한 사회적 기풍이 과연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실로 자명한 이치이기도 하다.
둘째, 효율적인 반부패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범정부적인 협력체제가 매우 긴요하다. 흔히
검찰 특별수사의 기능을 ‘자본주의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역할이라고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도 일부 그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세청이나 경찰의 조사 또는 수사 기능에도 유사한 의미가 없지 않으므로 이들 기능이 유기적으로 협력, 연계된다면
정부의 반부패 노력은 훨씬 더 실효성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협력체제는 당연히 대통령실이나 관련 위원회의 총괄,
조정 아래 부패 유발 요인의 제거에 중점을 두고 각 기관의 고유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 공직자의 부패행위는
공직윤리와 직결되는 문제인데 공직자 행동강령이나 비리 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제한 업무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공직자 재산등록 업무는 행정자치부에서
관장하고 있으므로 두 기관 사이의 협조나 조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에서 자주 거론되는 이른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나
특별감찰관제가 제도화된다면 검찰 등 현재의 수사체계와 업무관할 조정이나 협조는 더욱 긴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셋째, 민간부문의
부패방지 노력과도 연계되지 않으면 안된다, 사회가 부패 없이 맑고 깨끗한지 여부는 기업을 포함한 민간부문에 대한 인식까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은 민간부문에 대한 반부패 대책을 포함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시민이나 민간단체의 자발적인 반부패운동도 정부 시책 못지않게 청렴사회 만들기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 논의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도 민간과의 협력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지금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 각 후보 진영에서도
전력에 흠이 있거나 도덕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큰 사람을 영입하는 문제로 다투기보다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고 국가경쟁력도 높일 수 있는 반부패
정책에 좀 더 절실하고 구체적인 노력을 경주해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원문보기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01101033037191002
출처 : 문화일보 보도기사 201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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