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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경쟁의 계절이다. 경쟁이 끝나면 또 협조 여부와 그 시기, 방식이 문제된다. 최근에는 행정과 정치 분야에서 두어 사례가 특히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먼저, 검찰 개혁 논란에 한 단초(端初)를 제공한 김 모 부장검사의 경우처럼 경찰에서 상당한 정도로
내사(內査)가 진행된 다음 언론에 공개되자 검찰이 특임검사를 임명, 전격 수사함으로써 특정 비위(非違)검사의 수사권한을 둘러싸고 경찰과 검찰이
일시 경쟁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친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알다시피 우리의 사법체계상 모든 형사사건은 경찰·검찰·법원을 단계적으로
거치고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는 3심의 심급(審級)까지 보장하고 있는데, 이들 기관은 모두 헌법과 법률에 따른 고유의 임무를 수행할 뿐 결코 서로
경쟁하는 관계로 볼 수가 없다. 법원과 검찰이 경쟁하는 사이가 아니듯이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검사가
수사개시권을 가지고 있는 경찰과 서로 대등한 차원에서 경쟁한다는 것도 법이나 제도의 취지상 생각할 수가 없는 일이다.
문제는
수사권에 관해 평소 경찰은 검찰과 영미식의 협조관계를, 검찰은 독일·프랑스 등 대륙법 국가와 같은 지휘관계를 지향해 왔으므로 마침 특정검사의
비리사건이 드러나자 수사권 조정에 관한 양측의 집요한 입장이 노출돼 국민에게는 마치 서로 경쟁하는 듯한 양상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모습은 국가 기능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나 국민 여론의 올바른 형성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
이와는 차원이 약간 다르지만, 최근 정치의 영역에서 있었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경쟁은
국민에게 또 다른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사례다. 정당의 선출 과정을 겪은 후보와 무소속 후보의 대결이었고, 단일 후보의 선출 방법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두드러지던 중 안 전 후보의 자진 사퇴로 이른바 ‘아름다운 경쟁’에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말았지만 이 경쟁은 국민에게 과거보다 미래 정치
혁신의 필요성을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추상적인 진심정치만으로는 구체적인 세력정치를
넘어설 수 없다는 한계를 보여줌과 동시에 경쟁 후의 협조 방법과 시기 등에 관해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 측면도 결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경쟁은 행정이나 정치 또는 그 밖의 사회 각 분야에서 오늘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고, 발전과 혁신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협조 또한 곳곳에서 시시각각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경쟁과 협조가 항상 아름답다고 볼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경쟁과
협조는 그것이 국민 권익의 보호든, 국가 예산의 절감이든 또는 계층 간 통합의 앞당김이든 간에 다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하는 내용
속에 담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방식 또한 국민이 도덕적으로 승복하고 감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균적 시민 정서에도 맞는 상식적인
것이어야 마땅할 것이다.
또 정치의 영역은 말할 것도 없지만 특히 행정 분야에서는 경쟁해야 할 때 경쟁하고, 협조해야 할 때
협조하는 합리적 분별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봐야 한다. 공정거래와 법무·검찰, 외교와 통일, 환경과 국토해양, 보건복지와 여성가족 등 냉철한
경쟁과 합목적적 협조가 필요한 영역은 정부 내에서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명분이 없는 경쟁, 상대방의 치부를 들춰내는 경쟁이 아름다울 수 없는
것과 똑 같은 이치로 책임 회피성의 협조나 체면치레를 위한 협조도 결코 아름다울 수가 없다.
이제 국민의 살림살이와 나라의 장래가
걸린 마지막 큰 경쟁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나치지 말고, 치우치지도 말라’고 어떤 현인(賢人)이 말했다던가. 그러나 이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전(全)인격적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아름다운 경쟁이 아름다운 협조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든 국민이 함께 지켜보며
지혜를 모아 가야 할 때다.
원문보기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206010330371910020
출처 : 문화일보 기사보도 201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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