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겨레]진짜 마을 만들기 상상은 즐겁다 / 이상환 (시각디자인 90) 동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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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28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키득키득 어린이 창조학교’에 일군의 디자이너들이 모였다. 커뮤니티디자인연구소(소장 이상환) 멤버들이다. 어린이학교는 사회적기업인 이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어린이를 위한 아트스쿨. 찰흙놀이를 통해 자아 발달과 창의력 신장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상업적인 갤러리와 음식점이 점령한 거리에서 비영리 아트스쿨을 운영하는 일이 예사롭지 않거니와 그들이 꿈꾸는 큰 그림이 문화공동체인 점을 고려하면 싸움닭처럼 강퍅한 전사일 법한데, 그들의 표정과 대화가 무척 화기애애하다. 이들의 활동을 뭉뚱그려 요약하면 커뮤니티디자인. 그것은 지역공동체의 문화적 자산을 발굴해 재화로 만들고 이를 다른 지역공동체와 연결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예술은 장식이 아니라 사회를 바꾸는 힘이어야 합니다.” 이 연구소 이정인 이사의 말에 이상환 소장은 “100%는 아니어도 80%는 공감한다”고 거들었다. 80%는 개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외이사 몫이고 나머지 20%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지원하고 묶어내는 이 소장 몫인 셈이다.
커뮤니티디자인연구소는 2007년 뜻을 같이하는 디자이너 15~17명으로 설립돼 지금까지 충북 옥천, 서울 정동, 서울 삼청동 일대를 문화예술벨트로 조성하는 작업을 했다. 문화부 ‘문전성시’ 프로젝트에 참여해 전북 진안, 전남 여수 교동의 재래시장 활성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시인 정지용의 고향인 옥천에 만든 ‘아트밸리 멋진신세계’(2007~2009)는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국토도시디자인대전, 국제공공디자인대상 등에서 상을 받았고, 여수 교동시장의 상인들로 구성된 동백아가씨 합창단은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외부 지원을 받는 단발성 프로젝트는 한계가 있어요. 일할 때는 주어진 시한과 현장에서의 속도가 맞지 않아 삐걱거려요. 프로젝트가 끝난 다음에는 주민이나 지자체가 관리하면서 애초 취지가 퇴색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우리들이 현장에 거주하지 않는 점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죠.”(이정인 이사) 이들에게 구세주는 지난해 말부터 발효된 협동조합법. 주민-지자체-연구소 3자를 ‘공동출자와 이익배당’의 형식으로 묶음으로써 현장성에 버금가는 끈끈함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은 경기도 시흥의 소금프로젝트. 1960년대까지 갯골로 밀려들어온 짠물을 가두어 천일염을 생산하는 대규모 염전이 번성하던 군자, 월곶, 오이도(정왕동) 일대를 소금이란 주제로 연결하는 일이다. 현재 군자에는 소금창고 두 동과 5정보가량의 염전이 갯골생태공원이란 이름으로 남아 있고, 월곶에는 관광 육성 차원으로 조성된 모텔촌이 퇴락한 채 이웃한 아파트와 끊임없이 불화하고 있으며, 오이도는 시화공단의 배후 거주지가 되어 돈 벌면 떠나려는 뜨내기들의 숙박처로 전락해 있다. “염전은 1920년대부터 현재의 시흥을 만든 모태였어요. 하지만 중동 붐 뒤 국내로 유입된 중장비를 투입한 간척사업이 완료되어 대규모 공단과 골프장이 만들어지면서 주민들의 삶은 동력의 주변부로 변질되었어요. 소금프로젝트는 소금의 기억을 통해 허물어진 공동체를 복원하려는 시도입니다.”(안민영 연구원)
월곶은 하룻밤 손님들을 위한 모텔들을 하나로 묶어 관광객을 위한 숙소로 탈바꿈시키는 게 목표다. 제3경인고속도로를 통하면 인천공항과 20~30분, 서울과는 1시간 거리여서 서울에서 숙소를 구하기 힘든 중국의 한류관광객을 지속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모텔업자들 사이에 중국인들이 열광하는 키치적인 분위기를 살리고 공동으로 아침밥, 침구세탁, 주류공급, 예약까지 한곳에서 관리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
오이도는 옥터초등학교를 거점 삼아 바닷가 회센터, 뒷길 유흥가, 사이비 모텔촌, 연립주택촌 사이사이에 공방, 카페, 도서관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거기에 산지에서 직송해 온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는 파머스마켓을 들이면 어렵잖게 생활문화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용 그림에 눈 그리기’는 길음뉴타운 프로젝트. 1만1000가구 대규모 아파트촌 가운데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만드는 일이다. 서울 길음뉴타운은 업자들이 1000여가구씩 쪼개 10개 단지를 조성함으로써 학교 건립 의무를 피해 갔던 곳. 학부모들이 들고일어나 중학교를 만들어낸 데 이어 고등학교도 유치 단계에 있다. 연구소의 목표는 이러한 ‘내발적인 동인’을 직거래 장터와 연결하는 일이다. 올해는 동사무소 앞 1만2000㎡의 공터에 텃밭을 만들어 친환경 도시농업을 겸해서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이끌어낼 참이다. “파머스마켓이 만들어지면 수요의 부족으로 진안, 여수에서 절반의 성공으로 그친 문화공동체를 완결할 수 있습니다. 소비처가 없어 시들어가는 농어촌과 공동체 의식이 없는 대단지 아파트를 연결함으로써 도시와 농촌의 지속가능한 순환사이클을 완성하는 거죠. 지역의 결핍을 도시가 보완하고 도시의 결핍을 지역이 보완하는 방식입니다.”(이상환 소장) 연구소에서는 이를 위해 나주의 친환경생산물단지, 서울 마장동축산시장을 직거래하기로 하고 소셜브랜딩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홈플러스, 이마트가 없는 세상이 목표입니다. 그런 세상에서는 카드회사를 위한 신용사회, 시민단체만의 시민사회가 원래의 의미를 회복하죠.” 이사들 사이에 ‘이상한 아저씨’로 통하는 이 소장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는 표정이다. 원문보기 :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567952.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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