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매일경제][기고] 스마트폰과 전차의 ‘원가’/ 남유선(법과대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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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신 스마트폰의 출고가가 100만원 정도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 원가를 아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극히 소수일 것이다. 필자는 스마트폰 원가는 모르지만 전차의 원가는 대략 알고 있다. 국방부 민간전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방위사업청 조달계약 및 원가회계 심의를 해온 게 한몫하긴 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전차의 원가 정도는 언론 보도를 통해 제법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원가는 모르는데 국가 기밀이어야 할 전차의 원가가 공개돼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방위사업의 세부 사정을 살펴보면 이러한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차를 생산하는 기업은 한 군데뿐이다. 물론 전차를 구매할 수 있는 곳도 정부뿐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이 제시하는 가격만 존재할 뿐이다. 이러한 쌍방 독점 관계에서 기업과 정부 협상에 의한 가격 결정에서 약자는 의외로 정부다. 기업은 자신의 원가를 정확히 알고 있는 반면 수요자인 정부는 원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은 단 하나, 기업이 자신의 원가 자료를 정부에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이를 손쉽게 제출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등장한 제도가 ‘실비보상제’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원가 자료를 공개하면 정부가 적정성을 검토한 뒤 이윤을 붙여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비용과 적정 이윤을 보상받고, 정부는 거품 없는 가격에 무기를 구매할 수 있으므로 모두 윈윈할 수 있다. 국민이 알고 있는 전차 원가는 이렇게 계산돼 국회에 보고된 금액이다. 그런데 이 가격 결정 방식에도 결함이 존재한다. 정부가 마련한 ‘실비보상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원가 담당 공무원이 무조건 따라야 하는 반면 기업의 원가 자료 제공은 양심에 따른 ‘협조사항’일 뿐 ‘의무’가 아니다. 대부분 방산기업은 국가 안보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으로 성실하게 원가 자료를 제공하지만 파렴치한 소수 기업은 원가 자료를 아예 제공하지 않거나 자기에게 유리한 부분만 공개한다. 필자는 이것이 바로 방산 분야 문제점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핵심 부품에 대한 국내 독점 공급권을 보유한 수입 업체의 경우 자신이 임의로 작성한 세금계산서를 제출한 뒤 막대한 부당 이득을 향유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제도적 결함을 보완하려면 기업에 원가 자료 제공을 의무화해야 한다. 물론 모든 방위사업 분야를 대상으로 하자는 것은 아니다. 생산기업이 한 군데뿐인 독점 기업에 한해서다. 방위사업 분야는 주문생산, 제한적인 수요라는 특수성 때문에 생산기업이 사실상 독점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기업에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선진국의 입법 사례와는 달리 최소한의 근거 규정조차 없다. 방위사업에는 연간 10조원 이상의 혈세가 동원되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선제적으로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교육과 행정지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투명하게 원가 자료를 관리하고 제공하는 기업에는 추가 이윤을 보장해주는 ‘당근’이 주어지는 입법적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다행히 현재 국회에는 방위사업 분야의 ‘공정한 협상’과 원가 부정을 예방할 수 있는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법률안에는 원가 자료 제출 및 원가 부정을 예방하기 위한 규정 외에 중소기업 지원 규정도 포함돼 있다. 방산 비리를 차단하고 국민 신뢰를 확보하려면 ‘원가관리 공정화’가 시급하다. [남유선 국민대 법대 교수·국회 공직자윤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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