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포럼>골목상권 보호의 어두운 뒤안길 / 유지수 총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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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수 / 국민대 총장·경영학 서울고법은 지난 12일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 발전법’에 면적이 3000㎡ 이상으로, 점원의 도움 없이 소매하는 점포집단으로 정해져 있다. 법원은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6개 대형마트는 점원의 도움이 있으므로 대형마트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또 재판부는 홈플러스와 같은 외국계 업체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일반협정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형마트 규제의 국제 문제화와 더불어 정말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권리에 관한 것이다. 즉, 국민의 대다수인 소비자가 얼마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느냐가 논란의 초점이 돼야 한다. 대형마트 규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규제 덕분에 전통시장이 살아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규제가 과연 전통시장을 살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최근 카드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에 어느 정도 유리하게 작용하기는 하는 듯하다. 이 조사에서는 대형마트가 휴업한 12주 가운데 9주는 전통시장의 매출은 대체로 6~8%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반면 대형마트가 영업한 13주 가운데 10주는 전통시장 매출이 줄었다. 매출 하락률은 대체로 4~6%선이다. 영업시간 제한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데이터가 반가울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소비자의 불편에 관한 것이다. 영업시간을 제한한 일요일에 전통시장의 매출이 늘었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반증도 되기 때문이다. 영업시간을 제한하지 않으면 전통시장 매출이 떨어지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면 매출이 증가한다는 것은 바로 인위적인 제약으로 전통시장 매출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결국 소비자는 자신이 이용하고 싶은 대형마트가 문을 닫았기에 하는 수 없이 전통시장으로 가는 셈이다. 경쟁은 원래 냉정한 것이다. 경쟁이 냉정한 것은 소비자가 냉정하기 때문이다. 비교우위를 냉철하게 분석해 선택하는 것이 소비자다. 경쟁에서 진 패배자는 비참하고 고통을 겪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고통을 편법으로 회피하려 하면 더 큰 희생이 따른다. 바로 소비자의 희생이다. 희생은 자발적이어야 한다. 민주국가의 기본이다.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골목 상권의 보호가 소비자에게 강요된 희생에 따른 것이어선 안 된다. 소비자는 누구나 경쟁의 과정에서 생기는 과실을 즐기려 한다. 이는 소비자의 특권이다. 이 특권은 그 누구도 뺏을 수 없다. 더욱이 인간의 문명은 비교우위의 달성과 이를 선택하는 소비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일부 지자체의 골목상권 보호는 경쟁을 없애려는 것이다. 현재를 그대로 지키자는 발상이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변하는 세상에 맞추지 못하는 자는 도태되는 것이 순리다. 아무리 우리가 지키고 싶은 것이라도 발전이라는 큰 흐름에 맞지 않으면 없어지게 마련이다. 경쟁은 냉정하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지금처럼 다양한 품목, 위생적인 관리, 쾌적한 주차 공간, 편리한 신용카드 사용을 우리는 만끽할 수가 있는 것이다. 소비자를 강제한 희생 위에서 약자를 보호하려 해서는 안 된다. 아무런 자원도 없는 대한민국이 그나마 여기까지 온 것은 세계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잘 이겨낸 결과다. 경쟁이 우리를 강하게 만든 것이다. 쇄국정치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게 해선 안 된다. 보호라는 이름의 장벽은 우리를 영원한 약자로 만들 뿐이다. 원문보기 : http://www.munhwa.com/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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