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우리의 대화 상대, 아베가 아닌 日국민" / 장박진(일본학연구소 연구원)

한·일 청구권 협정 50주년 맞아… 장박진 박사 '미완의 청산' 펴내
"피해자 개인청구권 해결했어야"


올해는 한·일 협정 체결 50년. 재일(在日) 한국인 3세 연구자인 장박진(51)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연구원이 이 오랜 환부(患部)에 '학문적 메스'를 댔다. 그 칼끝이 1951~1965년 한·일 교섭을 담당했던 한국 정부로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계에 논란을 예고한다.

장 연구원은 최근 발간된 연구서 '미완의 청산'(역사공간)에서 "한·일 청구권 교섭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연구에 접근했다"면서 "그 문제점이나 한계의 무게를 일본 정부보다 오히려 과거 한국 정부에 조금 더 두고 있다는 것도 밝혀두고자 한다"고 말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와세다 대학에서 학부와 석사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 정부를 표현할 때 빼놓지 않고 '우리'라고 말했다.

―1965년 한·일 협정이 실패했다는 것인가.

"아니다. 북한이라는 안보 위협이 존재하고, 경제 개발이 절실한 상황에서 내가 협정 당사자였더라도 타결을 위해 애썼을 것이다. 다만 한국인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한·일 청구권 교섭은 기본적으로 한국이 반성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했는데.

"1951년 한·일 회담 때에도 우리 정부는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에 강제 동원된 위안부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성 존엄성 피해나 인권 유린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못한 채, 위안부들이 싱가포르 등 남방에 남기고 돌아온 기탁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정도에서 요구 사항도 그치고 말았다. 우리 정부가 외교 보호권(정부가 다른 나라로부터 피해를 입은 자국민의 구제를 요구할 권리)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 정부만의 책임을 묻다 보면, 자칫 일본에는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닌가.

"일본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나 피폭자 문제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거나 책임을 통감하지 못한다는 것은 논의의 출발점이자 전제 조건이다. 다만 '양국과 그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라는 한·일 협정 조항 때문에 일본이 '모든 문제는 해결됐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말았다. 최소한 장기 과제로 남기기 위해서라도 우리 정부가 노력했어야 한다."

―'일본과 한국 모두 잘못'이라는 양비론(兩非論) 아닌가.

"우리는 일본이 일으킨 식민지 지배나 전쟁을 긍정하려는 자세에 대해 비판적인 일본인들을 '양심 세력'이라고 부른다. 일본에 대한 비판에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직시하고 인정하려는 자세 역시 '양심' 아닐까. 과거의 실수나 한계를 상대에게만 돌리려는 협소한 시각에서는 건설적인 교훈을 얻을 수 없다."

―한·일 협정 50년이지만, 한·일 관계는 여전히 개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식민지 책임을 부정하는 '골수 우익'에 가깝다. 하지만 정권은 언젠가 바뀐다. 우리의 상대는 일본 정부가 아니라 일본 국민이다. 위안부 강제 동원 문제는 보편적 인권에 위배되기 때문에 일본이 국제적으로 승리할 수 없는 문제다. 다만 일본에도 국민감정은 있다. 철저하게 사실관계에 바탕해서 '비판'해야지, 냉정을 잃거나 감정에 치우쳐서 '비난'만 하다 보면 한·일 관계는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1/19/20150119000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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