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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칼럼]일본의 수소사회 비전과 시사점 / 유지수 총장

일본은 지난해 수소사회를 구현한다는 국가적 비전을 내놨다. 아베 총리에게 수소사회 구현은 정치적으로도 호재감이다. 친환경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수소사회 구현을 구체화하기 위해 일본 경제산업성은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라는 독립행정법인도 만들었다. 그리고 수소사회 구현을 위한 로드맵을 작성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참으로 야심차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로드맵은 △수소연료전지차 △충전인프라 △가정용 및 산업용 연료전지 △수소 발전(發電) △정책과 제도 5개 분야를 정의하고 구체적으로 계량적인 목표까지 설정했다.

이 중 수소연료전지차와 관련한 계획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수소연료전지차는 지난 2013년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 모델(투싼ix)을 개발한 바 있다. 항상 빠른 추격자였던 우리나라 기업이 자동차 산업에서 흔치 않게 선도자가 된 사례다. 하지만 지금도 도요타가 앞서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보도된 바와 같이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는 이미 1000대나 계약이 성사됐다. 일본에서 수소연료전지차 판매가 성사되는 것은 정부가 충전인프라를 구축하고 보조금을 주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의 민간 컨소시엄 단체인 HySUT가 13개 거점에서 수소충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NEDO는 올해 자국내 4대 도시권에 100기의 수소충전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는 단 한 군데도 없다. 충전소가 없으니 어느 누구도 수소연료전지차를 살 수가 없다. 하지만 일본에는 수소충전소가 있기에 판매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또 수소연료전지차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도 하고 있다. 한 대에 약 6300만원이나 하지만 일본 정부가 1800만원을 지원하고 여기에 도쿄시가 900만원을 더 지원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약 360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도요타는 이 같은 정부 정책에 힘입어 수소연료전자차 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2017년까지는 미국에 3000대를 수출한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앞으로 도요타뿐 아니라 혼다도 수소연료전지차 개발 및 판매에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HySUT와 일본 정부가 공동으로 투자해 2030년까지 3000개의 수소충전소를 설치한다고 한다. 그리고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을 700만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의 보급 및 투자 계획에 따라 완성차 메이커들도 수소연료전지차에 투자를 강화할 것이 자명하다. 특히 일본 정부의 수소사회 구현 정책은 자국의 산업구조 특징을 살리는 정책이기도 하다.

일본은 우리와 같이 석유화학과 제철산업의 비중이 크다. 그리고 이 산업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할 수 있다. 과거에는 버려지던 부생가스를 재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면 새로운 수익이 창출된다. 중국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석유화학과 제철산업에 일본 정부가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해 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노력을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정책은 일본에 크게 못 미친다. 우리 정부의 방향은 주로 대형발전용 연료전지 개발에 치중됐다. 특히 파급효과가 큰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미미하다. 수소충전소 구축도 계획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 43개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는 목표가 수립은 됐지만 일본에 비해 충전소 관련 규제가 너무 까다롭고 부처 간 협조도 잘 안 되기 때문에 계획대로 될 지 의심스럽다. 더욱이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보조금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정책적 지원 측면에서 일본과 격차가 심하다.

일본 정부는 비전을 발표하고 인프라 구축엔 민간과 공동으로 투자하고 있다. 인프라 구축을 정부가 하니 기업은 자연스럽게 기술과 제품 개발에 투자한다. 일본 정부와 기업의 파트너십이 부럽다. 일본 정부는 기업의 팔목을 비틀어 투자를 강요하지 않는다. 특히 정부가 선도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한다. 정부와 기업의 상생 투자를 우리는 언제나 보게 될 것인가. 새해에는 정부와 기업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기대해 본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 jisoo@kookmin.ac.kr

 

원문보기 : http://www.etnews.com/2015012000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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