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규제개혁 패러다임의 혁신 / 김현수(경영학부) 교수

규제의 기본구조 등에서 패러다임 새로 정비해야
국민 후생 증진 위해서도 예방적 규제가 효과적
수평적 융합경제 차원 인식의 재정립 필요한 때

 

"규제 체계를 디지털 시대에 맞도록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대통령이 주문했다고 한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TF를 출범시키고 해외 인터넷은행 사례를 검토한 후 국내 상황에 맞는 한국형 인터넷은행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금산분리, 금융실명제, 은행업 인가제도에 대한 논의도 진행중이라고 한다. 알리페이의 급성장, 알리바바의 IPO이후 디지털 생태계를 선점하고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수단으로 규제개혁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외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대되고 있고, 청년실업률은 높아지고 있고, 인구절벽은 점점 다가오고 있고, 유로존의 일본경제화가 임박하고 있고, 중국 경제의 급성장 및 중국과의 급격한 기술격차 축소로 환골탈태의 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으로부터의 거대한 산업혁신 쓰나미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한발 앞선 창조기업들을 많이 육성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기술력있는 창조 기업들을 많이 육성하려면,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먼저 창조하고, 혁신적 선순환체계를 완성하기 위한 전략을 생각해본다.

규제의 기본구조, 방향성, 선행성, 규제위험, 규제시스템, 공공성 등의 측면에서 규제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립하고 새로운 패러다임하에서 규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먼저 규제의 기본구조가 수평적 규제 중심으로 진화되어야 한다. 산업경제에서는 아직 산업이 크게 분화하기 이전 단계이므로, 생산이 중심이 되었고, 단일산업 제품의 사용자와 공급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규제가 중심이 됐다. 그런데 서비스 경제가 되면서 사용자 중심의 융합이 보편화된 현상이 되었다.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여러 산업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 여러 산업에 걸친 수평적 규제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것이다.

규제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와 공급자 공동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산업경제에서는 공급자 중심 규제가 다수였다고 할 수 있다. 공급자가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규제나, 공급자간의 시장질서나 공정거래에 대한 규제가 다수였다. 서비스경제에서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분리될 수 없는 비분리성이 중요 특징이기 때문에, 수요자와 공급자를 공동으로 고려하는 규제들이 생겨나게 됐다. 수요자의 피드백이 서비스전달 프로세스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므로, 수요자 공급자 공동 중심의 규제시스템이 필요하게 된다.

또한 규제의 선행성이 중요해진다. 산업경제에서는 사후적 규제가 중심이었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서비스경제에서는 산업 진화가 빠르고 산업간 연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사후규제로는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산업발전과 국민후생 증진을 위해서는 사전적 예방적 규제가 더 효과적이 된다.

규제위험에 대한 대응방식도 차이가 있다. 산업경제에서는 알파리스크를 중시한다. 즉 규제를 하지 않았을 때 초래되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비스경제에서는 베타리스크를 중시한다. 규제를 할 경우 예상되는 위험을 중점적으로 고려한다. 신산업을 많이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규제시스템의 경우, 산업경제에서는 포지티브시스템이 일반적이다. 즉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허용하는 부분만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규제가 대부분이다. 서비스경제에서는 네거티브시스템이 일반적이다. 원칙적으로 허용하면서, 금지하는 부분만을 열거하는 방식이다. 창조의 활성화를 위해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공공성에 대한 철학도 차이가 있다. 산업경제에서는 각 산업의 공공성을 중시한다. 즉 수직적 공공성 중심이다. 서비스경제에서는 균형적 공공성을 중시한다. 국가 사회 전체의 후생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서비스경제의 규제철학은 산업경제와 많은 차이가 있으므로, 새로운 관점에서 모든 규제의 현대적 타당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형경제에서 무형경제로, 수직적 단절경제에서 수평적 융합경제로 이전시키기 위해 규제 패러다임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김현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서비스사이언스학회 회장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501230210235160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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