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김병준 칼럼]북한 문제, 우리는 왜 이리 무력한가? / 김병준(행정정책학부) 교수

햇볕정책 對 대북 강경책, 다퉈봤자 부질없는 갈등뿐 
정말 개탄할 문제는 따로 있다… 5000만 생존 걸린 북핵·미사일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 한 장 없이 언제까지 美中만 바라봐야 하나

교회 안에서 주먹질을 하던 교인이 경찰로 연행돼 왔다. 경찰관이 말했다. “예수 만나고 부처 만나도 사람 안 될 사람 안 돼.” 그러자 그 교인이 말했다. “뭘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 나 말이야. 교회 안 다녔으면 사람 죽여도 여럿 죽였을 거요.”

교회 나가면 다 사람이 된다? 안 된다? 유감스럽게도 증명할 길은 없다. 교회 나가지 않았으면 정말 사람을 죽였을지 무슨 수로 확인하겠나. 따져봐야 양쪽 모두 자기가 옳다는 논리와 사례만 끝없이 가져올 것이다.

정책 문제도 그렇다. 많은 경우 어느 쪽이 옳은지 알 수 없다. 심지어 결과가 나온 다음에도 그렇다. 한쪽은 그리했으니 잘되었다 하고, 다른 한쪽은 그리하지 않았으면 더 잘되었을 것이라 한다. 증명할 수 있나? 못 한다. 과학적 분석이 어쩌고 해 봐야 헛일, 합리화는 하겠지만 증명하지는 못한다. 

증명할 수 없는 것을 두고 계속 따지면 어떻게 되나? 부질없는 싸움만 일어난다. 이념과 신념, 그리고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크게 걸린 문제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어느 쪽도 쉽게 물러서지 않기 때문이다. 

본론을 이야기하자. 한쪽에서 햇볕정책이 잘못됐다고 한다. ‘퍼주기’로 미사일 개발을 도왔다는 거다. 증명할 수 있나? 그래서 햇볕정책 지지자들 입을 닫게 할 수 있나? 어림도 없다. 곧바로 햇볕정책이 없었으면 북한 미사일이 없었다는 말이냐 반박할 것이고, 한미 공조의 대북 강경 드라이브가 오히려 미사일 개발을 자극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런 소리를 듣는 쪽은 또 가만히 있겠나. ‘퍼주기’로 미사일 ‘공범’이 된 주제에 웬 말이 그리 많으냐고 공격할 것이고, 그따위 생각을 하니 북한이 점점 더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결국 싸움은 점점 거칠어진다. 

무슨 말이냐? 적당히 하자는 말이다. 어차피 증명할 수 없는 문제, 죽기 살기로 서로를 부정하다 스텝만 꼬인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이 미사일 개발로 갔느니 안 갔느니, 그래서 우리 스스로 유엔 제재를 위반했느니 안 했느니, 그러다 장관이 오늘 한 말을 내일 뒤집고 하는 것들이 다 그런 것이다. 

우리가 정말 고민하고 개탄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미사일 문제를 포함해 북한의 비합리적인 행위를 우리 스스로 제어하거나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효과적인 카드, 즉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인구 5000만 명에 세계 10위권에 근접한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다.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이런 나라가 우리 모두의 생존이 걸린 문제에 대해 우리 스스로 쓸 수 있는 카드 한 장을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대북 확성기나 틀며 미국과 중국만 쳐다보고 있다? 불안감을 넘어 무력감에 젖는다. 기껏 왔다는 게 여기까지인가. 자존심도 상한다.

개성공단 폐쇄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마지막 카드였다고 하지만 그것 역시 그리 큰 카드도 아니었다. 경제적으로든 군사적으로든, 아니면 사회문화적으로든 그보다 훨씬 더 크고 강력한 무엇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흔히 조직의 건강성을 평가할 때 보는 것이 있다. 그 조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대나 변수들을 통제할 수단과 힘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가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은 낙제다. 형편없는 수준의 낙제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다. 미국이나 중국, 특히 미국이 어찌해 줄 것이라 믿은 탓일 수도 있고, 또 그런 가운데 주체성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 ‘사드’든 뭐든 군사 위주의 안보관에 빠져 비군사적인 수단들을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기조와 방향 자체를 잘못 잡았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이래서는 안 된다. 스스로의 안위를 놓고 남의 나라만 쳐다보는 나라를 온전한 나라라 할 수 없다. 실제로 북한 정권을 그냥 두지 않겠다는 대통령과 정부의 경고도 공허하게 들린다. 다들 옆을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가만 안 둬? 뭘 가지고?” 정부가 정부 같아 보이지 않는 것이다.

햇볕이면 어떻고 찬바람이면 어떠냐. 문제는 우리 스스로 어찌할 수 있는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다. 광복 70년에 먹고살 만큼 된 지도 제법 되었다. 이러고도 우리 문제를 두고 남의 나라만 쳐다봐야 하나. 나라가 없었을 때의 무력감을 느껴야 하나. 이건 아니다. 뭔가 잘못됐다. 뭐가 잘못됐는지 모든 걸 다시 생각해 보자.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bjkim36@daum.net

 

원문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160225/766634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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