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제민포럼] 뉴 노멀시대의 기업 현장에서 보는 대기업병 1 / 강영수(경영학부) 교수

한국에 '뉴 노멀(new normal)' 시대가 도래하는가.

최근의 경제관련 기사를 보면 한국 기업은 앞으로 10∼15년 내에 '30대 그룹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든지, 중국의 환율전쟁 가세로 '세계경제의 9월 위기설' 확산설과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 위기의 공장'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1960년대의 일본을 닮아 일시적인 경기 둔화 이후 다시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한국은 1990년대의 일본을 닮아 잃어버린 20년처럼 장기불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기업들이 저성장, 제품 매력도 저하, 구조적 저수익성, 지배구조의 낮은 투명성 등으로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13년 '2차 한국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서서히 데워지는 물 속의 개구리'에 비유하며 저성장 시대를 극복할 새로운 성장모델을 주문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맥킨지의 눈에는 한국기업은 여전히 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의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경제상황을 보면 니콜라스 탈레브 교수가 정의한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것을 가리키는 '블랙 스완' 현상이 우리 한국경제에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뉴 노멀(new normal)'이란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 세계최대의 채권펀드인 핌코의 최고경영자인 모하메드 앨 에리언이 자신의 저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를 뉴 노멀에 빗대 사용하면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즉 세계 금융 위기 이전까지 꾸준하게 3% 이상의 성장을 해왔던 미국 등 선진국의 경제 질서를 일컬어 '올드 노멀(old normal)'이라 한다면 '뉴 노멀(new normal)'이란 세계경제가 저성장·저금리·저물가·고실업률·정부 부채 증가·규제 강화 등의 뉴 노멀 시대에 돌입했다고 정의하는 것으로서 올드 노멀과 구별하기 위해 뉴 노멀이라고 한다.

따라서 현 상황은 매년 3% 이상 성장하던 시대가 끝나고 저성장·저소비가 글로벌 표준이 되면서 최근의 한국경제도 저성장, 저금리, 저소비의 뉴 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한국경제에 대한 다양한 경고성 기사를 보면서 심각한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고 느껴야 하는데 기업현장에서의 최고경영자들은 아직은 위기의 심각성을 별로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편이다.

앞으로 한국의 경제위기에 대비한 기업체들의 전략은 이제껏 해오던 매출주도의 양적 성장전략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단계별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수립해 전략적으로 경제환경에 선제적으로 적극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한국경제의 뉴 노멀시대를 대비하여 우리나라의 기업 등에 만연한 대기업병 및 적당주의 문화를 타파하는 계기로 삼는 것도 위기극복의 한 방안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거대한 공룡이 쥐 때문에 멸망했다면 믿겠는가. 공룡은 몸이 거대하고 신경조직이 둔해서 꼬리부터 점령해오는 쥐를 자각하지 못하고 몸이 한 부분씩 떨어져 나가다 결국 멸종했다는 가설이다. 

역사가 오래된 기업이거나 최근 비약적으로 성장한 기업의 경우를 살펴보면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거나 최근의 성공스토리에만 안주함으로써 다가오는 위기 신호를 자각하지 못하고 위험에 직면하는 상황을 많이 볼 수가 있다. 

얼마전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의 한국 에이전트인 모 회사는 15년 간 국내 독점 라이센스를 가지고 영업을 수행해 왔으나 최근 3년간 본사와의 계약 조건을 이행하지 못해 두 번째로 계약해지 경고를 받게 됐다.

이 기업은 설마 이태리 본사에서 자기 회사를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으로 간과하다가 다른 굴지의 아웃도어 업체로 라이센스 독점권이 넘어가는 바람에 졸지에 해당 기업은 물론 전국의 대리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는 사례를 지켜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있었다.

 

원문보기 : http://www.je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71981

이전글 [기술돌풍]전기차 전성시대 성큼 / 정구민(전자공학부) 교수
다음글 [디자인으로 읽는 한국인의 삶](1)식기‘그릇의 기술’서 ‘식탁 문화’로 / 조현신(테크노디자인전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