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신성장산업 창출은 ‘관계재화’로 / 김현수(경영학부) 교수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국민경제의 저변이 위협받고 있다. 며칠전 통계청 발표가 있었듯이, 한국의 자영업자 수는 8월 말 기준, 전체 근로자의 27%에 이르고, 치킨전문점수는 맥도날드의 전세계 매장수보다 많고, 숙박 및 음식업점 수는 70만개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50세 이상 은퇴자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자영업으로 진출하면서, 자영업 생존율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정책개발이 필요하다. 신성장산업 육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자영업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대 경제에서 신성장산업 창출을 위해서는 관계성 재화의 생산력과 소비력 증대가 가장 중요하다. 전세계적으로 실체성 재화는 공급과잉이 아닌 영역이 거의 없다. 자동차나 휴대폰을 개인당 수십대씩 소비하도록 하기는 쉽지 않고, 하루 세끼식사를 하루 삼십끼 식사하는 패턴으로 바꾸기는 더욱 어렵다. 현재 자영업의 대다수 영역이 실체성 재화의 공급이거나, 고부가화 되지 않은 전통적 관계재화 공급 영역이라 어려움이 더 심한 것이다. 

관계성 재화의 생산과 소비력 증대를 위해서는 제조업의 서비스화 촉진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찍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시작한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또 업종별 산업측면에서도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서비스화에 성공한 의류제조업 등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산업혁명 이전에 평생 몇 벌의 옷만을 소비하던 대다수 사람들에게 수 백벌 이상의 옷을 평생 소비하도록 만든 것은 의류제조업이 옷을 실체재화에서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관계재화로 혁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통신기기인 휴대폰에 인문학을 입혀 전화기를 관계재화로 만들어낸 스티브 잡스나 제품을 서비스로 팔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관계재화로의 전환에 이미 성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에서 제조업3.0, 인더스트리4.0을 추진하는 것도 관계재화 생산을 위한 준비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제조업의 서비스화, 제품의 서비스화를 촉진하면 관계재화 생산과 소비가 촉진될 것이다. 

관계성 재화를 공급하는 산업인 서비스업도 활성화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서비스업으로 경제 중심이 이동된 것이 오래전인데, 우리는 아직도 느리게 이동 중에 있다. 서비스업 관련해서는 갈등도 많고, 혁신도 지체되고 있다. 산업간 융합이 촉진되고, 창조적인 신산업이 많이 탄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회경제문화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여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산업융합촉진법을 제정하고, 최근에는 공무원들간의 협업을 촉진하기 '행정기관의 협업기반조성 및 촉진에 관한 법률'제정을 추진하는 등 대세에 동참하고는 있으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3년이나 휴면상태에 있고, 정부 연구개발예산의 패턴 변화도 없는 것을 보면, 패러다임 전환은 참으로 어려운 과제다. 

며칠전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미국 일본 등 환태평양국가 12개 나라가 경제동반자협정을 맺었는데, 관계성 재화의 생산과 소비에 매우 유리한 구조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산술급수로 생산과 소비가 증가하는 실체재화와 달리 관계재화는 기하급수적으로 생산과 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역내 인구수가 많을수록 제품과 서비스의 수가 많을수록 관계성 재화의 생산과 소비 증대에 유리하다. 관계의 수는 수평적 네트워크 구조에서 승수적으로 증가한다. 관계 재화의 생산력과 소비력은 관계 수에 비례하므로, 우리나라도 수평적 네트워크 구조 확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터넷 경제의 확산으로 물리적 경계의 의미가 많이 약해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미국, 일본 등이 경제블럭화를 열심히 추진하는 의도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관계성 재화 중심세상으로의 이동은 현대 경제사의 큰 전환이며, 인류문명사회의 본질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것이 관계를 통해 가치를 가지며, 가치가 소비되는 것이 사회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이 자유롭게 흐르면서 일생을 통하여 형성하는 무수한 관계성에 주목해야하고, 이것을 통해 신산업 창출이 되는 원리를 통찰해야 한다. 자영업자 창업 및 전환에 대한 정책 개발을 위해, 우선 생각의 틀이 바뀌어야 한다. 실체경제에서 관계경제로의 최단 전환경로를 찾아내야 한다.

김현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서비스사이언스학회 회장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510130210235160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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