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학생회장을 잘해냈다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면접관 반응은? / 김세준(교양대학) 겸임교수

만일 당신이 기업의 채용 전형에서 서류 전형에 통과하여 면접을 보러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면, 1차 면접은 ‘역량’ 면접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도대체 역량이란 무엇일까요? 왜 기업들은 역량을 평가를 할까요? 역량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준비도 없이 면접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먼저 역량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영어로는 capability, ability, competence, capacity 등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물론, 다 맞습니다. 

그러나 기업에서 평가하는 역량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갑니다. 그냥 힘이나 능력이 아니라 반드시 ‘가시적인 결과물’ 즉, ‘성과’를 내도록 해주는 능력을 역량이라고 합니다. 역량 평가의 핵심은 ‘성과’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모든 기업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고의 제품들도 만들어 내고 있지요. 그 결과 어떻게 되었을까요? 모든 기업들이 다 원하는 만큼 돈을 벌고 있을까요?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밤늦게까지 사무실이나 공장에 불이 꺼지지 않도록 누구나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수익을 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최선을 다해 만든 최고의 경쟁 제품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최고가 평범해지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최선을 다 하는 것이 곧 성과로 이어지는 시기도 있었습니다. 고성장을 구가할 때의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성과로 나타나는 시대가 아닙니다. 그 결과 기업들은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는 그 결과물인 성과에 주목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당연히 사람을 뽑을 때도 성과를 내줄 사람을 뽑게 된 것이지요. 

그렇다면 성과를 만들어줄 사람은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요? 지원자들은 저마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장에서 자신이야말로 성과를 낼 것이라 힘주어 말합니다. 단 한 명도 예외없이 말이죠. 이 상황에서 목소리가 더 큰 사람 말을 믿어야 할까요? 한 동안 고민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시행착오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정답을 찾았을 것입니다.

그 정답이란 바로 ‘과거에 성과를 내 본 사람은 미래에도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즉, 이겨본 사람이 또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겠지요. 이 한 문장이 바로 역량 평가의 핵심 전제입니다.

이제 감이 오셨을 것입니다. 기업이 당신의 자기소개서에서 과거에 뚜렷한 성과물이 있었는지 눈에 불을 켜고 찾을 것이라는 것을. 그것이 없다면 서류전형에서 탈락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운좋게 서류 전형에 합격을 했더라도 면접에서 과거의 성과물을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불합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최근에 역량에 대해 활발하게 강의하시는 지인으로부터 듣게 된 사례입니다. 최근에 있었던 어느 면접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면접관 : 학생회장을 하셨네요.
지원자 : (자랑스럽게) 네! 그렇습니다.
면접관 : 학생회장을 하면서 뭔가 얻은 것이 있었나요?
지원자 : (당황스러워 하며) 어… 얻은 것이라면… 임기를 마쳤을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매우 잘했다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면접관 : 그런 거 말고요. 눈에 보이는 어떤 것 말이에요.
지원자 : (준비하지 않은 듯 당황스러워 하며) 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면접관은 ‘당신이 직접 받은 설문지는 몇 장이었느냐’, ‘문항은 총 몇 문항이었느냐’, ‘며칠 동안 설문지를 받았느냐’, ‘설문을 받은 장소는 어디였느냐’ 등 구체적인 추가 질문들을 했습니다. 지원자는 ‘100장을 받았는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간 했고, 주로 아침 8시부터 9시까지 학교 정문에서 받았다’라고 답변을 하였습니다. 

이걸로 끝났을까요? 아닙니다. 면접관이 지적을 했습니다. ‘당신을 거짓말을 하고 있다. 오전 8시부터 9시 사이에 학교 정문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9시가 다 되어 1교시 수업에 늦지 않으려고 학생들이 뛰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총 문항이 20문항이나 되는 설문지를 작성해 주었다고?’ 지원자는 아무런 답변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지원자는 학생회장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인정을 받을 것이라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정도로 구체적인 성과에 대해 꼬치꼬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질 것이라고 예상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 자리에서 생각나는 대로, 때로는 지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몰렸을 것입니다. 

물론 이 지원자가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그러니까요. 역량과 성과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준비를 했다면 이런 실수를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시간 참 빠릅니다. 이제 곧 2015년 하반기 공채 면접 전형이 시작됩니다. 기출 질문들과 예상 질문들을 놓고 어떻게 답변을 해야할지 고민을 시작하실 것입니다. 합격하기 위한 답변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정리해 보는 것입니다. 시간이 된다면 여행을 떠나셨으면 합니다. 반나절짜리 산책이라도. 그리고 나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떤 성과물들이 있었는지 정리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성과물을 정리하기 위해 한 가지 더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역량에는 크게 ‘공통역량’과 ‘직무역량’이 있습니다. 공통역량은 직무와 관련 없이 지원 기업의 구성원으로서 공통적으로 가져야 하는 역량을, 직무 역량은 지원한 직무에서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하는 역량을 의미합니다. 직무를 중심으로 채용하는 최근 기업의 트렌드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직무 역량과 관련된 성과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역량은 고성과자의 행동을 관찰하거나 직접 인터뷰를 한 결과물입니다. 지원한 기업이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는 직무 역량은 기업들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공통적인 부분이 더 클 것입니다. 당연히 현직자들을 만나서 파악해보시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 될 것입니다. 

◇김세준 국민대학교 경력개발센터 겸임교수는… 아시아나항공 인사팀 근무, YBM 컨설턴트로 활동중이며 저서로는 ‘뽑고 싶어 안달나게 하는 자기소개서’, ‘뽑고 싶어 안달나게 하는 면접 답변법’, ‘자기소개서 비법 노트’, ‘대기업 합격 자기소개서 사례 및 해설집’, ‘당신이 취업에 실패한 33가지 이유’, ‘고졸 취업’, ‘로스쿨 자기소개서와 면접’, ‘내 이름이 뭐예요?’, ‘신입사원 3개월 핵심인력 30년을 좌우한다’, ‘슈퍼 신입사원’, ‘매직잡 - 한미FTA 이후 유망 직업 100선’ 등 총 20권이 있다.

 

원문보기 :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5101607374365011&outli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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