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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면서] 사드에 가려진 ‘중국 우선주의’/ 윤경우(대외협력부총장)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한류에 대한 보복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반(反)한류 현상은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 중후반 시작한 중국 내 한류 열풍은 2000년대 중반 한국 아이돌 그룹이 중국의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한국 TV드라마가 중국 전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국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맹목적인 한류에 대한 경계와 자성을 촉구하고, 젊은 네티즌들이 한국문화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한류가 자국의 문화를 침해한다는 경계심으로 법제적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반한류 기류에 대해 중국은 한류에 대항 또는 저항한다는 의미로 ‘항한류(抗韓流)’라고 호칭했다. 한류에 의해 잠식당한 자국의 문화 영역을 보호하기 위하여 한류를 배척하겠다는 의도였다.

그 후 일시적으로 한류 인기가 정체 또는 하락세를 보이는 듯했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 인구의 급증으로 K팝과 방송영상물이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다시 점화됐다.

특히 2010년대 중반부터 가열된 신(新)한류 열풍은 대중문화 콘텐츠 수출의 증가를 견인하는 직접적 효과뿐만 아니라 한국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로의 소비 확대, 한국에 대한 투자 수요 유발 등과 같은 긍정적 외부효과도 가져왔다.

최근 반한류 문제의 본질은 사드가 아니다. 중국이 ‘한류를 제한한다’는 의미로 지칭하는 ‘한한령(限令)’ 현상은 한류 열풍이 중국 전역에서 다시 가열되고 다양한 영역에서 자국 시장의 잠식하고 있음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나타난 것이다.

사드는 단지 핑계거리일 뿐이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 상품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 어떻게든 밀어내려고 했다. 사드 이슈 밑바닥에 도사린 중국의 자국 산업 보호 및 경쟁력 강화에 대한 집착을 보지 못한다면 문제의 근원을 오판할 수 있다.

중국에서 한류는 중국의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에 머물러야 한다. 지금까지 중국은 그 선을 넘어 자국 시장을 심하게 침식한다는 판단이 서면 가차 없이 제재 조치를 취했다.

최근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자유주의 체제의 수호자 역할을 자처하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 노선을 겨냥하여 중국이 미국의 빈자리를 메우며 국제 무역질서를 이끌고 가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것은 실천의지가 결여된 수사(rhetoric)에 불과하다. 단지 국제질서를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겠다는 의욕의 표현일 뿐이다. 표리부동(表裏不同)의 전형이며, 대국(大國) 답지 않은 태도이다. 그렇다고 비난하거나 푸념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중국은 원래 그런 나라이다. 사드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중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대한 집착이 사라질 리 없다. 언제라도 또 다른 사드가 이슈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중국 우선주의(China First)’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못지않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니 그 이상으로 절실하다.

윤경우 국민대학교 대외협력부총장

 

원문보기: http://www.kyeonggi.com/?mod=news&act=articleView&idxno=131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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