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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교육 맘대로 키워라] 열여덟 번째 키워드 '자신감' / 허영림(교육대학원) 교수

아이의 자신감은 수많은 도전과 성공, 실패와 실수 속에서 자란다. 어릴 적 골목대장 같은 작은 성공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나중에 큰 성공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감이 생긴 아이는 스스로 자신이 해보고 싶은 것을 알아서 찾고 도전한다.

아이의 자신감은 부모의 품속에서 시작되며 자란다

아이가 의사 표현이 가능해지면 부모의 질문이나 요청에 “예”보다는 “아니오”라는 대답을 자주한다. 자아가 생기기 때문이다. 부모가 무엇인가를 해 주려고 하면 “싫어! 내가 할 거야.”라는 반항이 먼저다. 이것도 자아가 생겨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울화가 치미는 부모는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엄마가 시키는 대로 안 해!”라고 강압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육아가 힘들어지는 시기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아이의 기를 꺾는 일을 반복하면 순종적인 아이로 자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자. 아이가 무조건 부모의 말을 잘 듣는다고 해서 좋아해서는 안 된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말에 순종하는 아이를 착한 아이라고 좋아하지만, 나중에는 틀림없이 후회한다. 이런 아이는 결국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자신감을 잃게 되어 잠재되어 있는 재능마저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아이를 스스로 계획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어른으로 키우고 싶다면 부모는 현재 아이에게 어떤 태도와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아이가 아니라 매사 부모에게 물어보고 확인 받은 뒤 행동하는 아이로 키우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놀이 속에서 자신감이 자람을 잊지 말자 

놀이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인간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는 에너지를 만든다. 공부만 강조하는 부모들은 아이의 놀이를 시간 낭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나이와 학년에 상관없이 선행학습을 강요하다 보니 아이들은 일찍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경우, 아이는 놀이를 통해 자신의 정서 세계를 탐색하고, 표현하는 등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놀이를 통해 형성된 집중력은 학교에 가서 공부에 몰두하고, 사회에 나가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내는 힘의 원천이 된다. 놀이와 공부, 일이 하나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아이의 노는 모습만 보아도 그 아이의 장래를 알 수 있다는 고대 학자의 말이 있다. 어려서 충분히 놀아 본 아이가 자기통제력이 있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줄 알며 마음이 너그럽다. 단, 아이들은 무엇이 위험한지 잘 모르기 때문에 부모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가 자기통제력을 가지고 무언가에 몰두하는 집중에너지가 있다면 그것에 대한 자신감이 키워진 경우이다. 아이의 경우 그것은 대부분 놀이와 연관된다. 이는 나중에 그 놀이와 관련된 공부와 일을 잘하는 능력의 밑거름이라고 볼 수 있다.

스스로 선택한 일에 책임지는 아이로 키우자 

저녁을 먹기 직전, 아이가 텔레비전 광고를 보고 갑자기 피자가 먹고 싶다며 떼를 쓴다고 해 보자. 이때 부모는 “피자를 먹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는데 저녁밥이 다 되었으니까 다음에 먹도록 하자.”라고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 줘야 한다. 그리고 “지금 저녁을 안 먹으면 내일 아침밥을 먹을 때까지 기다려야 해.”라고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그러면 아이는 두 가지 중에서 하나의 선택을 하고, 그 결과를 경험하게 된다.

피자가 아니면 저녁을 굶겠다고 했던 아이가 두 세 시간이 지나면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밥을 달라고 할 수 있다. 이때 부모는 밥상을 차려 주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선택한 결과로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단, 아이가 먹을 것을 스스로 찾아서 먹는다고 하면 그것은 허용해 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스스로 선택한 일에 대한 자기책임을 알게 되고, 책임감을 배우게 된다.

자기가 한 일에 책임지는 아이는 자신감이 있는 아이로 자란다. 어떤 부모는 아이를 단지 관리대상으로 보고 늘 관리하고 지도한다면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는 적어지게 되며 자신감을 키우기에는 부족한 아이가 된다.

칭찬은 자신감을 키우는 귀로 먹는 보약

아인슈타인은 어렸을 때 학교 성적이 좋지 않고 친구도 거의 없어 반에서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무엇을 하든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라고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학교에서 상처 받고 의기소침해져서 돌아오면 항상 용기를 주며 격려를 했다. 아인슈타인의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격려하고 지지했다. 성적이 형편없었던 중학교 시절에도 격려는 계속되었으며, 그 격려 덕분에 훌륭한 과학자가 되었다.

칭찬은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했을 때 바로 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작은아이의 기저귀를 갈아 주려고 하는데 큰아이가 엄마에게 기저귀를 가져다 주었다면 그때 바로 등을 두드려 주면서 “우리 아들 참 착하네.”, “이렇게 대견한 내 아들이 있어 엄마는 행복하구나.” 등의 말로 그 자리에서 칭찬해 주어야 한다.

칭찬을 받고 자란 아이는 늘 자신감에 차 있고 자기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한다. 칭찬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항상 주눅이 들어 있고 매사에 수동적이다.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칭찬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칭찬은 귀로 먹는 보약.”이라는 말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말속에서 마음을 읽어 주자

어른이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 아이에게는 커다란 상처가 되고 슬픔이나 분노,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기도 한다. 쉽게 상처 받고 두려움을 느끼는 기질을 타고났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부모에게 야단을 맞았거나,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거나, 동생에게 사랑을 빼앗겨 속상한 마음이 들어서일 수도 있다. 이럴 때 아이의 마음을 다독이고 치유해주지 않으면 부정적인 감정이 쌓여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도 없어지고 마음이 병들게 된다.

자신감을 잃고 마음이 병든 아이는 소리를 지르거나 누군가를 때리는 등 폭력적인 행동으로 감정을 터뜨리기 쉽다. 한번 아이의 입장이 되어 보자. 아이가 놀이터에서 친구와 다투고 울면서 집에 들어왔다. 엄마는 울음을 그치라며 소리를 질렀다. 이때 아이는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할까? 또 엄마에게 무언가를 말을 걸었는데 지금 바쁘다며 나중에 얘기하란다. 그런데 언제 말을 들어주겠다는 건지는 말이 없다. 이때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두 아이의 경우 모두 부모가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계가 지속되면 아이는 의사 표현에 소극적인 아이가 될뿐더러 자신감을 가지고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긍정적으로 이겨낼 수 없다. 결국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다가 마음의 문까지 닫아버리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왜 바보처럼 맞고 들어오니?”, “그만 울고 들어가.”라고 하기보다는 “친구가 때려서 많이 아프니?”, “친구와 싸워서 속상하지.”라고 말해 주어야 한다. 그러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기분을 이해한다고 느끼며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부모에 대해서도 친밀한 감정을 갖게 된다.

자신감을 심어 주는 좋은 부모가 되자

육아의 종착지는 몸의 성장이 아닌,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독립적인으로 행동할 수 있을 때이다. 대소변을 일찍 가리고 한글을 일찍 깨우친다고 해서 육아 기간이 줄지는 않는다. 한 가지 일에 관심을 가지고 몰두하는 주의집중력은 아이마다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유난히 변덕스럽거나 싫증을 잘 내는 아이라면 일단 부모의 양육 태도를 돌아봐야 한다. 산만함은 아이의 학습 능력과 생활 습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어릴 때부터 적절히 지도하는 것이 좋다. 부모가 너무 조바심치며 교육을 시키거나 어려운 학습교재를 가지고 공부를 시키면 아이의 집중력은 물론 공부 자신감은 점차 떨어지게 되며 공부가 재미없는 아이로 자라기 쉽다. 요즘 산만한 아이들이 많은 것은 부모의 이런 태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부모들이 자녀 교육의 원칙을 세우면 그에 걸맞은 육아법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반면, 부모가 교육 원칙을 가지고 있지 않고 잘 가르치고 싶다는 욕심만 앞선다면 매번 선택의 기로에서 흔들리게 된다. 목적지 없이 떠나는 배는 바다를 표류할 뿐이다. 부모가 아이를 앞세워서 자신의 뜻을 이루려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아이 스스로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홀로 우뚝 설 때까지 묵묵히 지켜보며 기다려 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이것저것 많이 가르친다고 해서 좋은 부모가 아니다. 자신감을 심어 주면 아이 스스로 해 보고 싶은 것을 찾아내고 도전하게 된다. 잊지 말자. 좋은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는 부모이다.

 

/글=허영림(국민대학교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교수)ㆍ그림=게티이미지뱅크, 그림스튜디오

 

원문보기 : http://kids.hankooki.com/lpage/news/201608/kd2016082214515512563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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