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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벤츠가 파리모터쇼의 주연이 된 이유는? / 정구민(전자공학부) 교수

글│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 한국자동차공학회 이사 _ gm1004@kookmin.ac.kr

세계 주요 모터쇼는 지역적인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주최하는 나라 업체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주연에 걸맞는 컨셉카와 신차를 공개하고, 다른 업체들은 그 나라의 업체들이 주연이 될 수 있도록 양보하는 것이 미덕이 되어 왔다. 제네바 모터쇼가 화려하면서도 공정한 모터쇼로 불리는 이유도 자동차 생산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4 파리 모터쇼에서도 르노, 푸조-시트로엥의 컨셉카와 신차들이 주연이 된 바 있다.

이 번 2016 파리모터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다. 파리모터쇼의 주연은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 EQ, 화려한 컨셉카 `비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6`, 여러 신모델을 공개한 벤츠가 차지했다. 디젤 게이트의 오명을 씻고자 하는 폭스바겐의 간절함과 i3, i8을 중심으로 전기차에 많은 투자를 해 온 BMW의 노력도 돋보이는 등 독일 3사의 전시가 눈에 띄었다.

여기에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자동차 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테슬라, 우버, 구글, 애플의 자동차 시장 진출과 맞물려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시가 필요했다는 얘기가 된다. 자율 주행과 차량용 클라우드의 성장에 따른 급격한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서, 1년 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기다릴 수 는 없었을 것이다. 또한 변해가는 시장에 대한 많은 준비를 보여 주고 싶었을 것으로 보인다.

단적인 예로 테슬라의 모델 3는 자동차사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테슬라의 모델 3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등장하게 되면 자동차 시장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보조금을 제외하더라도 4000만원 대의 합리적인 가격에 테슬라의차량을구매할수있으며, 자율 주행 기술 `오토 파일럿`이 추가되면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전기차에 따른 환경 보호라는 명분도 사용자에게 더해지고, 큰 인기를 끌 수 있게 되면서, 친환경차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는 상황이다.

독일 3사가 느끼는 위기감은 이 번 파리모터쇼에 그대로 드러난다. 벤츠의 새 전기차 브랜드 EQ와 폭스바겐의 전기차 컨셉카 I. D.는 단순한 컨셉카가 아니라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차량이다. 각각 2019년과 2020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유럽 기준 500km, 600km로 매우 길고, 멀티미디어와 차량용 클라우드 기술이 강조된다. 또한, 시간을 두고 자율 주행 기술을 추가해 나가면서 차세대 전기차 시장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된다.

독일 3사는 미국 신생업체에 대한 위기감을 바탕으로 지난 2015년 중반부터 미국 신생업체들에 대한 견제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전기차와 차량용 클라우드의 면에서 두드러진다. 벤츠는 `애플의 팍스콘이 되지 않겠다`는 선언에서부터 차량용 클라우드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 3사의 지도업체 히어 공동 인수, 차량용 클라우드 표준인 확장된 자동차(Extended Vehicle)표준화 및 기술 개발, 긴급통화서비스 의무화에 따른 3G 모듈 장착이 맞물리면서 유럽 업체들, 특히 독일 3사의 사업 모델은 매우 크게 변하고 있다. 올해 파리모터쇼에서 독일 3사는 실시간 교통 분석, 실시간 지도 업데이트, 실시간 차량 정보 분석, 차량 공유 서비스 등 차량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자동차사-지도업체-이동통신사의 전략적인 협력 하에서 미국의 신생업체들에게 뒤쳐질 수 있는 차량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크게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벤츠의 EQ 차량이 전기차-SUV-커넥티비티 등 파리모터쇼의 주요 키워드를 담고 있는 것도 의미가 크다. 소비자와 시장 변화에 맞추어 가는 벤츠의 빠른 변화가 눈에 띈다.


<벤츠의 CASE 전략.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의 상황이다. 자동차사가 주도하는 유럽과 신생 업체들이 주도하는 미국에비해서, 우리나라의 전기차-커넥티비티 상황은 너무도 뒤쳐져 있다. 전기차 보급에서 뒤쳐져 있고, 도시 이동성을 위한 소형차 정책도 부재한 상황이고, 차세대 자율 주행의 핵심 서비스인 승차 공유 서비스도 불허된 상황이며, 3G 모듈의 차량 장착과 커넥티비티 서비스는 요원한 상황이다.

독일 3사가 모터쇼의 불문율을 깨가면서 화려한 전시를 선보인 이유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세계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 온 독일 3사 조차도 최근의 변화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전기차와 커넥티비티를 위해서는 관련 부처-자동차사-이동통신사-부품 업체-서비스업체의 종합적인 협력이 중요하다. 모쪼록, 협력과 융합을 바탕으로 그룹 간의 장벽과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 내고, 제품에서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는 차세대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원문보기 : http://www.etnews.com/201610100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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