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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구조전환 성패, `속도`에 달렸다 / 김현수(경영학부) 교수

올해 초부터 세계 주요국들이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나라가 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미국과 독일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 등도 산업혁신과 구조개혁을 가속화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인구구조와 산업구조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 한국의 선행지표가 되고 있어 일본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 일본이 발표하고 있는 산업구조 비전은 '고통을 동반한 전환을 하는가, 안정적 쇠퇴를 취하는가'라는 절박한 구호가 저변에 흐르고 있다. 변화에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해외 플랫폼이 부가가치를 흡수하고, 일본기업은 해외기업의 하청기업이 되며 중산층은 붕괴하고 양극화는 심화되며 하드웨어 중심의 점진적 혁신만이 남을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한편 고통을 감내하며 변혁적으로 대응할 경우,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 창출이 가능하고 사회문제 해결이 가능하고 글로벌 시장을 일본기업이 선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파괴적 혁신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각 분야별로 강약점 분석을 수행한 후, 미래 경제사회 시스템 재설계를 위한 7대 대응방침을 제시했다. 즉 데이터 활용 촉진을 위한 환경정비, 인재육성 확보, 고용시스템 유연성 향상, 이노베이션 기술개발 가속화, 금융 기능 강화, 원활한 산업 및 고용구조 전환, 중소기업과 지역경제에 제4차 산업혁명 확산, 제4차 산업혁명을 위한 경제사회시스템 고도화 등 7개 방침은 우리 경제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과 세계가 풀어야할 사회적 구조적 과제라고 제시하는 저출산 고령화, 피폐한 지역경제, 에너지 환경문제 등이 모두 우리 한국이 풀어야할 문제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세부적 전략에서는 더욱 유사점이 많다. 제4차 산업혁명 대응 경쟁력 확보 환경 정비, 새로운 경제사회 요구에 대응하는 교육시스템 구축, 글로벌 인재 확보, 노동 가능 인력 범위 확대, 노동과 고용시장 유연성 제고, 오픈 이노베이션 시스템 구축,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한 거점 정비 및 국제 프로젝트 구축, 제4차 산업혁명을 위한 무형자산 투자 활성화, 핀테크를 주축으로 금융 결제 기능 고도화, 신속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 신속 유연한 사회 재생과 재편을 위한 제도와 환경 정비, 중소기업과 지역에 신경제 적응 및 과학기술 활용 기반 구축, 제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규제 개혁, 전략적 연계 등을 통한 글로벌 지원 강화,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사회인식 확산 등 우리 한국이 추진하고 있거나 추진해야할 전략 과제와 거의 일치한다.

결국 누가 빨리 구조 전환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고통을 동반한 전환을 하더라도 결국 속도의 승부인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주요국들이 구조전환 속도경쟁에 돌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비전으로 무슨 전략으로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의사결정 주체들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있다. 첨단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전방향, 세계 주요 기업들의 전략을 파악하고, 우리 한국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집중해야할 분야를 파악하고, 전체 이해관계자와 이를 공유하면서 정부의 전략과 민간의 전략을 수립하는 일이 당면 과제다. 한국 경제사회의 장기적 미래상에 대해 산업과 사회, 기술과 고용 등 모든 측면에서 비전이 공유돼야 한다. 비전을 설정하고 온 국민과 공유하는 정부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5년, 10년, 30년 각각의 기간별 목표를 설정하고, 로드맵을 제시하고 실행을 개시해야 한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과 속도가 불확실하고, 세계각국의 정부 정책과 시장의 변화도 불확실하다. 그러나,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되 실행이 지체되어서는 안된다. 방향이 불투명한 분야일지라도 확률이 높은 쪽으로 투자하고 실행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경제와 사회의 모든 측면이 연동돼 작동한다.

불확실성을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는 정부의 역량이 중요하다. 정부와 민간의 신경제로의 혁신 역량 향상을 위해 서비스강국코리아 2016 세미나가 10월 19일 잠실롯데호텔에서 개최된다. 경쟁의 차원이 달라진 신경제에서는 분야가 서로 다른 많은 전문가들이 모여 심층토론해 솔루션을 도출하는 멀티 융합형 세미나가 활성화돼야 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중요 수단이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610140210235160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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