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아침을 열면서]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의 민심 / 윤경우(대외협력부총장)

온갖 기행과 추문으로 숱하게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면서도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후보로서 막판까지 건재하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의 견고한 지지층이 중년 이상의 백인 중산층 남성이다. 물론 백인 지식인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이 왜 나타나는 것일까?

트럼프가 제시하는 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미국 우선주의’다.

트럼프는 미국이 실속 없이 세계 도처에 너무 많이 개입하여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주장한다. 해외 개입을 자제하여 엉망이 된 경제를 살려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이에 동조하는 미국의 민심이 트럼프 현상의 배경이다.

최근 방미 기간에 미국 지식인들을 만날 때마다 트럼프 현상은 화제가 됐다. 모두 트럼프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지만, 누구를 지지하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선뜻 대답을 못했다. 그들은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트럼프를 지지하면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말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본심을 감추며 지지 의사를 숨기는 잠재적인 트럼프 지지층이 여론조사에서 제대로 포착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10%이상의 차이가 벌어져야만 클린턴의 승리가 확실하다고 한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한국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는 이미 발효 4년 된 한·미 FTA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갈 수준의 발언도 서슴없이 하고 있다. 그의 신고립주의 정책은 중국이 보다 과감하게 나설 여지를 주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조율하며 보조를 맞추기 어렵게 할 것이다. 그는 벌써부터 한국을 미군 주둔 비용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부국으로 꼽으며 미군을 철수하겠다며 위협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트럼프가 한국을 무시하고 미군철수와 동시에 북한과 교섭해버리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북한 남침의 동인이 된 ‘애치슨라인 선언’을 기억하고 있지만, ‘닉슨 독트린’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1969년 닉슨은 미국의 새로운 외교정책을 선언하며 아시아에서 더 이상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후 미군은 베트남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남베트남은 패망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한국에서도 주한미군 3분의 1을 철수했다. 미국이 중국과 화해하고 수교함에 따라, 대만은 고립됐다. 동시에 북한도 고립되기 시작했고, 결국 체제유지를 위해 핵무기 개발의 길로 들어섰다.

이와 같이 미국의 정책 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급변하게 된다면, 그 때 한국은 상황변화를 파악할 여유조차 없을지 모른다.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될 리가 없다는 희망적 사고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위험을 간과하게 만든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설사 트럼프가 도중에 낙마하거나 당선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현상의 배경인 미국의 민심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클린턴이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민심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경우
국민대학교 대외협력부총장

 

원문보기 : http://www.kyeonggi.com/?mod=news&act=articleView&idxno=125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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