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삼성 ‘이재용 등기이사’ 막중한 책무 / 유지수 총장

유지수 국민대 총장 경영학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등기이사가 됐다.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한 회사의 등기이사가 된다는 것이 뉴스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도 관심이 가는 이유는 그만큼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또, 갤럭시노트7의 충격과 ‘삼성마저’ 하는 위기감으로 이 부회장의 책임경영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엄밀히 말하면 관심보다는 기대일 것이다. 현재 삼성이 처한 위기를 이 부회장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답답하게 막혀 있고 젊은이들이 원하는 직장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게다가 정국마저 이렇게 혼탁하니 더욱 그렇다. 지금 국민은 어벤저스의 영웅들이 나타나 확 뚫어 주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이런 기대는 이 부회장에겐 책임감이 된다. 현재 세계의 IT 기업은 거대 기업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애플·구글·아마존 등의 기업은 과거 1940년대 스탠더드오일, US스틸(Steel), 시어즈(Sears)만큼의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거의 독과점의 지위를 갖고 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은 하루에 무려 40억 개의 검색을 처리하고 있다. 자금력도 대단하다. 애플은 6조 원을 들여 우주선과 같은 사옥을 짓고 있다. 엄청난 자금력과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인재들을 흡수하고 있다. 또, 핵심 경쟁력을 바탕으로 연관 사업으로 끝없이 확장하고 있다. 작은 기업으로 승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대 기업의 사활을 건 경쟁 속에서 삼성은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중국의 도전을 잘 견뎌 낼 것인가? 중국의 거대 시장에서 자란 거대 중국 기업이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삼성은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이 부회장은 수많은 난제 속에서 힘겹고 외로운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이 부회장이 혼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건전한 조직 문화를 정착시켜 모든 구성원이 조직을 위해 힘을 합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매출이 수백조 원 넘는 거대 기업들은 모두 공통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기업을 살리려는 문화보다 임직원 자신들이 생존하려는 ‘이기적 문화’다. 그런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설마 망하겠는가 하는 생각을 갖기 쉽다. 그리고 실제로 믿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생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 경쟁에서 과거의 트로피는 아무 의미가 없다. 현재와 미래만이 존재할 뿐이다. 과거의 영광은 지나간 바람에 불과하다. 구성원들 차원에서는 ‘이기적 생존술’이 있다. 문제를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포장의 기술, 문제를 안 보이게 하는 은둔의 기술, 문제를 축소하는 소형화 기술, 문제를 떠넘기는 전가 기술 등 다양하다.

당장 이 부회장 앞의 가장 큰 도전은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삼성만 유독 이런 문화가 있다는 게 아니다. 거대 기업의 공통적 현상이다. 거대 기업의 승부는 어떻게 부정적인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거대 기업만이 생존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막중한 책무가 바로 이 부회장에게 달려 있다.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것은 대단한 열정과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아마도 이 부회장에게 필요한 말은 스티브 잡스가 인용했던 “항상 갈망하고 항상 우직하게”(Stay hungry, stay foolish.)가 아닐까 한다. 젊은이에게 희망을 주는 이 부회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원문보기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10280107391100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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